지금 읽고 있는 책들:

  • 루디 럭커, [The hacker and the ants]. [White Light] 와 [Frek and the Elixir] 가 인상깊어서 샀는데 아직 좀 재미없는 중이다. [2004/05: 재미 없었음]
  • 그렉 이건, [Schild's Ladder]. 앗, 이건 재밌다. 역시 그렉 이건. [2004/05: 음... 다 읽고 보니 약간 별로.]
  • 제인 젠센, [Dante's Equation]. 조금만 통속 드릴러물 냄새가 덜 났더라면... 시간때우기용.
  • 케이지 베이커, [The Anvil of the World]. 아직 시작 부분이다. 재미있을 것 같은 예감. [2004/05: 대단히 재미있었음.]
  • 그리고, 아기다리고기다리던 로버트 홀드스톡의 멀린 코덱스 제 2권, [The Iron Grail]. 말할 것도 없이 재미있고,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훌륭한 작품. 아직 반 정도밖에 안 읽었다. 아껴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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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읽었던 책들:

  • 댄 시몬즈, [Ilium]. 호머의 일리아드를 SF로 새로 만들기. 하하! 하이피리언보다 더 재밌었다. 하지만 대체 몇 권짜리가 될런지 작히 궁금하다... [2권으로 끝.]
  • 진 울프, [The Knight]. 이것 역시, 멋지다. 희한한, 주인공이 될 것 같지 않은 캐릭터를 형상화하는 진 울프의 재주는 추종 불허. 꼬일 대로 꼬인 플롯 속으로 독자를 끌어들여 몽롱하게 만드는 실력도... 근데 이것도 3-4권 혹은 그 이상 나갈 것 같다. [이것도 2권으로 끝.]
  • 역시 진 울프의 옛날 책, [Latro in the Mist]. 단기기억 상실증의 주인공! 어제 일을 기억 못하는 주인공의, 그것도 1인칭 소설! 참 이런 게 가능하구나...
  • 스티븐 브루스트의 피닉스가드 씨리즈 마지막 권, [Sethra Lavode]. 대실망. 이 양반 내공이 고갈됐나...?
  • 조너선 레듬, [Gun, with Occasional Music]. 많은 이들의 칭찬을 받은 작품이라 큰 기대를 품고 읽었는데... 뭐, 잘 쓴 작품이긴 하지만 끝장나게 재미있지는 않았음.
  • 피터 해밀튼, [Pandora's Star]. 이것 재미있다. 내가 좋아하는 대형 스페이스 오페라. 근데 역시 최소한 3권은 갈 모양이다. 중진 작가들의 권수 늘리기는 최근의 유행인 듯, 너도 나도... [2권 Judas Unchained 나옴. 2권으로 종결]
  • 존 포드, [The Last Hot Time]. 올해 읽은 최고의 판타지! 어째서 이런 책이 유명하지 않다지? [John M. Ford, 2006년 9월 25일 사망.]
  • 스파이더 로빈슨, [The Calahan Cronicals]. 엄청난 인기의 이유를 알 만하다. 좀 설교투가 되는 것이 께름하긴 하지만. 음악과 오디오를 좋아하는 작가라서 약점들도 다 곱게 보인다.
  • 영재가 번역하려다 때려친 (뭐하니 영재야?) 마이크 레스닉의 산티아고 속편, [The Return of Santiago]. 재미있었다. 이 양반 정말 잘 쓰는데 왜 3류 취급을 받는지...?
  • 할 클레멘트, [The Noise]. 그의 장기인 치밀한 세계구성이 빛을 발하는 한편, 스토리 자체는 다소 밋밋. 이것도 단권으로 안 끝나고 한 두어 권 더 나올 모양이다. [할 클레멘트, 2003년 10월 사망.]
  • 쥬딧 타르와 해리 터틀도브가 같이 쓴 [The Household Gods]. 음, 좀 진부한 아이디어긴 하지만 (타임 슬립) 고대 로마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에겐 짜릿하게 재미있을 지도 모르겠다. 나로선 과다하게 설교조로 읽혀서 별로.
  • 메리 젠틀, [Grunts]. 온갖 판타지물에서 두들겨맞고 개박살나는 담당인 오크가 여기선 주인공! 이거 정말 재미있다... 메타판타지라고나 할까, 판타지 루틴에 익숙하다못해 식상한 독자들에게 가려운 등 긁어주는 소설.
2004/04/28 04:12 2004/04/28 04:12

제목을 오디오 여정이라 달아놓고 보니 되게 거창하게 들린다. 하지만 오디오 광이라고 자처한 지가 그야말로 4반세기이니 아주 당치 않은 소리는 아닐 터. 이 글은 사실 원래 딴 사람들 보라고 썼다기보다는 스스로 정리를 좀 해 볼 요량으로 쓴 것인데, 그래도 혹시 누군가 읽고 무슨 자그마한 도움이라도 된다면 기쁜 일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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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첫 경험

음악을 사랑하고 즐긴 지는 퍽 오래 되어서, 아홉 살 무렵 선친께서 사 오신 일본의 4중창단 Dark Ducks의 러시아 민요 모음집을 듣고 신명이 올라 한참 춤을 추었던 것이 기억나는 처음이다. 그 곡조가 퍽이나 인상깊었던지 아직도 대부분의 트랙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선친은 대단한 음악애호가여서 무려 3000장에 달하는 SP 레코드 콜렉션을 보유하고 계셨다고 하는데 나는 본 적이 없고, 내가 아주 어렸을 적에 유성기와 함께 이미 어느 박물관에 모두 기증하셨던 것으로 안다. 여즉 보유하고 계셨던 한 200여장 되는 LP 레코드를 일제 전축으로 감상하곤 하셨는데, 물론 그건 내가 손 댈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국민학교 6학년 무렵부터는 친구들과 어울려 당시 유행하던 대중음악들을 즐겨 들었다. 제대로 된 오디오가 수중에 있을 턱이 없어서 동네 레코드 가게에서 카세트 테입을 녹음해다가 듣는 것이 고작이었다. 친구들 중에 두엇은 포터블 전축이 있어 해적판을 구입해서 듣곤 하였는데 몹시 부러웠던 기억이 난다... 집의 창고에는 고모부가 쓰시던 60년도산 장전축이 있었는데 그 썩어빠진 것을 어찌어찌 뜯어맞추어 소리가 나게 만들었던 것이 말하자면 오디오 첫 걸음이다 (이 스토리는 [자작을 시작하게 된 사연] 포스트에 자세히 써 놓았다). 드디어 소원하던 카세트와 해적판을 들을 수 있게 되었으므로 친구들을 불러다가 자랑하고 분식집에서 한 턱 내기까지 했었다. 돌이켜 보면 그 장전축에 들어있던 앰프는 다름아닌 6AR5 싱글 진공관 앰프였고 스피커는 지금도 찾는 사람이 많은 6 X 9 인치 타원형 텔레풍켄 풀레인지였다! 무엇도 모르면서 상당히 고급 장치로 오디오 인생을 출발한 셈이랄까.

중학교 1학년 때, 서울 사는 오촌 조카네 집에 놀러가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오디오를 접하게 된다. 이 조카님은 나보다 다섯 살 연상인데, 지금은 어엿한 가장이요 아버지가 되었지만 그 때는 고등학생이었다. 집이 상당한 부자여서, 고등학생 주제에 방에 그 당시만 해도 구경하기 힘들었던 JBL 스피커며 마란츠 앰프를 늘어놓고 음악을 즐기고 있었는데… 앰프의 모델 명은 잊었지만 그 스피커는 잘 기억하고 있다 – 바로 JBL 가정용 스피커 중 역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L100 Century 였다. 세상에 전축에서 이런 소리가 나다니. 상상도 하지 못했던 세계가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발견한 거다. JBL은 콘 위에 바르는 댐핑재 - Aquaplus라고 부르는 – 에서 나는 독특한 냄새가 있는데, 그 냄새의 첫 인상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걸로 들었던 음악은… 좀 수준이 떨어지는, 하지만 JBL과 너무 잘 어울리는 보니 엠의 “Painter Man”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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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학창시절

JBL 스피커 같은 것을 시골 사는 중학생 주제에 입수할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 집이 그리 가난한 편은 아니었지만 아이 취미생활에 무슨 돈을 몇 십 만원씩 내 주는 그런 집은 결코 아니었다. 그때까지 듣던 장전축 더하기 카스테레오 카세트 플레이어에서 어떻게 좀 발전해 보려고 별 짓을 다 했지만 돈도 없거니와 뭐 아는 게 없으니. 이후 삼성 카세트라디오를 갖게 되어 거기다가 예의 텔레풍켄 풀레인지를 달아 듣는 게 고작이었다.

고교시절에는 방천시장에서 만 원 주고 산 해체 직전의 중고 산수이 리시버에 교동시장에서 부품 사다가 뜯어맞춘 8인치 2웨이 스피커로 나아갔고, 나중에 이 시스템이 발전하여 내가 생각해도 대견할 만큼 그럴싸한 소리를 내었다. 삼미와 마샬 유닛을 장비한 2웨이는 어디선가 주워 온 소니 6인치 풀레인지를 중역에 달아 3웨이로 발전하고, 베이스 리플렉스였던 케비닛은 방 벽을 활용한 1.5미터 길이의 프론트 로딩 혼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게 고 2 말 쯤의 이야기로, 고 2가 그만하면 상당한 경지(?)에 오른 오디오파일이었던 셈이다.

집에서 듣는 시스템의 소리를 나름대로 평가하는 기준은 당시 대구에 많이 생겨났던 소위 “음악감상실”의 소리였다. 지금은 그 음악감상실들 이름도 대부분 잊어버렸지만, 거기 놓여 있던 장비들은 잘 기억하고 있다. 맥킨토시 2205로 울리는 알텍 604, GAS 앰프질라로 울리는 역시 알텍의 A-1과 A-7, 정체불명의 앰프가 드라이브하는 탄노이 오토그래프. 모두 JBL 센츄리가 발 벗고 평생을 뛰어도 쫓아오지 못할 대단한 소리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각별했던 것은 대구의 명물 녹향 음악감상실에 놓여 있던 젠센/RCA의 자작 3웨이 혼 시스템이었는데, 이제는 그만 문을 닫고 없어져 버렸다….

오디오 친구는 없었지만 (내가 아는 한 내 주변에서 나만이 유일하게 “오디오”가 취미였다) 아직 어린 주제에 어른 오디오 광들은 제법 만나게 되었고, 마크 레빈슨 같은 수퍼 하이엔드 기기 뿐 아니라 바이타복스며 웨스턴 일렉트릭 등의 빈티지 사운드도 접하게 되었다. 그러나 집에 돌아오면, 그 엉성한 자작 혼 스피커…

그러구러 고3이 되고, 음악 감상이며 오디오는 당분간 멀리 할 수밖에 없는지라 금욕과 고행의 나날을 1년 너머 보낸다. 물론 음악을 전혀 듣지 않은 것은 아니고, 골판지로 탄노이 오토그래프 모형을 만들어 삼미 4인치 풀레인지를 넣어갖고 예의 삼성 카세트 라디오에다가 연결해 책상 위에 올려놓고 들었었다... 물론 양친 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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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성숙기

고3 막바지에 형의 선물로 갖게 된 JBL의 LE8T는 나에게 처음으로 관능의 자극 이상의 무엇을 전해 준 오디오 기기였다. 대형 혼 스피커만을 최고로 알고 있던 내게 8인치도 안 되는 소구경 풀레인지는 음악의 구심적인 아름다움을 가르쳐 주었고, 나는 이 스피커로 클래식과 보컬을 듣기 시작했다. 역시 선물 – 돈을 지불하긴 했지만 정가의 10퍼센트만 냈으니 – 로 얻은 6B4G 싱글 앰프는 또한 직렬 삼극관이 힘차고 박력있는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고...

이걸 오래 즐기지는 못했는데, 자식이 음악을 즐기시는 어른보다 더 좋은 장치를 듣고 있기가 민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침 고희를 맞으신 선친께 이 시스템을 진상했다. 나중에 내 손으로 일해 번 첫 월급으로 토렌스의 턴테이블을 사서 달아 드렸는데, 선친께서 적지 아니 흡족해 하셨던 기억이 난다.

성인이 된 후 오디오 취미는 본격적으로 불이 붙어, 다종다양한 기기들을 섭렵하며 꿈속에 울리는 이상의 사운드를 추구하기 시작한다. 그 이상이란 혼의 박력과 스케일에 풀레인지의 정숙하고 단아한 맛을 함께 얻는 것이었고... 아직 자기 집을 갖지 못한 관계로 어쩔 수 없이 저렴한 소형 스피커들 – 미션의 다이아몬드, RCF의 미토 1, 굳맨의 맥심 등, 모조리 중고 – 을 사용하면서 앰프 사냥에 열을 올리는 나날이었다. 미션의 사이러스 II 로 울린 미션 다이아몬드와 쿼드의 405로 울렸던 굳맨의 맥심, 그리고 오디오 리서치 VT60으로 울렸던 RCF의 미토가 제법 근사했었지만, (앰프도 모두 중고...) 그 어느 것도 내가 꿈꾸는 이상의 소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소리가 쩨쩨하고 답답해서 종내 만족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30대에 접어들어 비로소 내 전용 리스닝 공간이 생기고, 본래 좋아하는 대형 스피커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탄노이며 JBL의 스튜디오 모니터들을 써 보기도 하고, 이런 저런 앰프들을 바꿔 들어 보기도 하던 차에 – 드디어 운명의 만남, 로더를 듣게 된다. 엔젤 오디오의 쇼룸에서 웨스턴 일렉트릭의 KS형 앰프로 울렸던 로더의 TP-1은 그야말로 근사했다. 거의 이상에 근접한 소리로, 큰 스케일에 우아함까지 겸비한 소리였으니까... TP-1은 너무나 비싸 감히 구입하지 못하고 웨스턴 앰프와 유닛만 사서 평판 배플에 달아 듣게 되었다. 그런데...

사실 평판에 단 것은 달리 뜻이 있어서가 아니라 제대로 된 혼을 장만할 때까지 임시로 듣고자 한 것이었다. 처음으로 들은 평판의 소리, 혼과도 다르고 여지껏 들었던 어떤 종류의 스피커와도 다른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닌가! 웅대한 스케일, 막히지 않고 시원한 음색, 깔끔하고 발이 빠른 저음. 물론 로더는 잘 알려진 대로 혼 로딩을 하지 않으면 제 소리를 내지 않고, 낮은 Q와 제한된 최대진폭으로 평판에 달아 듣는 것은 권장할 수 없는 드라이버이다. 평판은 패널 크기에 따라 일정 주파수 아래에서 어쿠스틱 쇼트가 발생, 진폭이 작은 로더를 파손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 쪽으로 경험이 없으신 분들은 절대 따라 하지 마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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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근황

근래 4, 5년간은 주로 앰프에 정성을 기울였던 것 같다. 고장나 버린 웨스턴 앰프를 눈물로 송별하고 다시금 로더에 맞는 앰프를 찾느라고 오디오 리서치, 맥킨토시, 마크 레빈슨 등등을 들어 보았지만 어느 것 하나 웨스턴의 발 끝에도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한 때 LE8T를 드라이브하던 5와트 출력의 6B4G 싱글만도 못한 것이었다. 기성 제품에 회의를 느낀 나머지 손수 만드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고, 웨스턴을 고칠 재주가 없어 내보내는 가슴아픈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자작 공부를 제대로 하기 시작했다.

참담한 실패를 거듭하며 납땜기와 씨름하는 나날이 이어졌다… 지식이 없으면 제대로 된 물건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전자회로와 음향의 기본부터 공부하기 시작한 것이 이 때다. PC의 발달로 과거에는 비용상 개인이 할 수 없었던 연구실 레벨의 실험과 측정이 용이해 진 것도 크게 도움이 되었다.

수 년에 걸친 공부와 실험의 부산물이 있다면 측정장비들, 어느 새 한 짐이 되어버린 부품통들과 공구들, 가게를 차려도 될 만큼 모인 기판들과 드라이버들이다… 하지만 가장 소중한 수확은 사실 장비나 지식이 아니라 – 물론 지식도 소중하지만 – 일종의 지혜인데, 추구하는 사운드와 시스템의 형태가 명확해지고 범위가 좁아진 것이 그것이다. 즉, 스피커는 평판, 앰프는 직렬 삼극 진공관.

원시적이라면 원시적인 형태이지만 이로써 얻어지는 성능은 결코 현대 하이엔드 기기의 물리특성에 뒤떨어져서는 안되며, 가청주파수 대역을 최저의 왜곡과 최대의 효율로 커버할 것. 원하는 소리의 특징은 개방적이고 통쾌하면서도 품위와 절도를 잃지 않는 것인데, 혹시 다소 품위가 모자라더라도 낭랑하게 울리는 살아있는 소리는 절대 필수. 스피커는 최소한 40Hz에서 15KHz를 과도한 특이성향이나 제한 없이 재생해야 하고, 청취 위치에서 평균 100dB의 음압을 과도한 왜곡 없이 재생해야 한다. 앰프는 10Hz부터 30KHz의 대역을 갖추고 실용 음량에서 중역대의 왜곡이 0.1퍼센트 이하라야 한다, 등등이 그 개요이다.

기술적인 요구사항들이 내가 원하는 사운드의 필요조건이라면, 개방적이고 품위있는 성격은 충분조건이 되겠다. 필요조건이 만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충분조건을 논하는 것은, 적어도 내게는 의미가 없다. 근래 키트형 진공관 앰프 제품들 가운데 지나치게 2차 고조파 왜곡이 많거나 대역이 좁은 설계를 종종 볼 수 있는데, 곱고 부드러운 소리를 내려는 그 의도는 이해할 수 있고 또 그런 회고적인 사운드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알겠지만 내 귀에는 불만이다. 직렬 삼극의 소리는 잘 벼린 칼날과 같이 직선적이고 날카로운 맛이 있어야 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혼의 박력을 갖춘 풀레인지를 찾는 데 또한 오랜 시간과 자본을 들였다. 로더로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해 본 모양인데, 로더라는 스피커는 음악을 가릴 뿐 아니라 앰프도 방도 사람도 가린다. 아니 도대체 대단히 까다로운 스피커이고, 소유주의 성미에 맞추는 게 아니라 사람이 저한테 맞추기를 강요하는 면이 있다... 풀레인지로 로더에서 더 나아가고자 한다면 대단히 힘들고 돈도 많이 드는데, 그래도 최근에 입수한 수프라복스는 로더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하지 않은 대단히 우수한 스피커로 썩 만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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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장래의 계획과 희망

현재의 시스템에 기술적인 불만사항이 있다면: 포노 EQ의 출력 임피던스가 너무 높아 저역이 불안정한 점과 힘찬 느낌이 모자라는 점, 수프라복스 드라이버가 약간 짝짝이라는 점, (한 쪽이 약간 Q가 높다) 그리고 수프라복스에 급전하는 파워 서플라이가 정전압형이라는 점이다. 음질상의 불만은 저역이 무르고 다소 뭉개지는 경향, 중고역이 고상하고 점잖기는 한데 짜릿하고 알싸한 맛이 덜한 것을 꼽을 수 있겠다. 이는 앞서 말한 풀레인지 스피커의 어쩔 수 없는 제약이긴 하지만 포노 EQ와 CD 플레이어가 미비한 때문이기도 하다.

CD 플레이어는 그저 쓰기 편하고 믿음직하며 저역이 너무 날리지 않는 것을 골라 써 왔고, 지금 사용하는 레가 CDP는 거기다가 더하여 예쁜 고역으로 이름난 좋은 제품이다. 그러나 역시 보급가격의 “쓸만하고 괜찮은” 물건이므로, 현재 시스템의 성능에 비교할 때 여러 모로 처지는 것을 느낀다. 플레닛의 트랜스포트 부분은 대단히 우수한 성능이므로 그대로 쓰되 DAC를 자작하여 음질 향상을 꾀할 수 있지 않을까…

스피커로 말하자면, 로더로부터 알텍의 A-7을 거쳐 PHY-HP, 다시 현대 풀레인지의 최고봉이랄 수 있는 수프라복스를 사용하면서 느낀 것인데, 역시 두 가지 – 구심적이고 우아한 풀레인지의 미점과 박력있고 웅대한 대형 혼의 세계 – 를 한 스피커로 다 즐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상은 도달할 수 없기 때문에 이상이고, 그 이상에 최대한 가까이 가고자 노력하는 과정에 재미와 보람이 있는 줄을 슬슬 느끼는 중이랄까… 대형 평판에 단 수프라복스의 스케일은 15인치 2웨이 혼형인 JBL의 L200에 결코 못지 않지만 음압감이랄까 중량감, 침투력, 대형 스피커 특유의 여유만만하고 장쾌한 울림새는 끝내 얻을 수 없는 모양이다. 이것은 엔지니어링이나 음악성의 미비가 아니라 물리법칙의 제한이므로, 풀레인지로는 여기서 멈추기로 마음먹고 있다. 장래 경제적 여유와 생활공간이 허용한다면 젠센이나 클랑필름의 필드코일 우퍼와 대형 중고음용 혼을 배플에 달아 울려보고 싶지만, 과연 그것으로 수프라복스로 달성한 풀레인지의 아름다운 음조에 비길 만큼 멋진 혼의 세계에 도달할 수 있을는지.

프리앰프는 포노 단의 설계를 변경하여 다시 만드는 김에 통도 새로 제작하고 전원부도 강화하려고 궁리 중이다. 자작할 때 앰프 통 만드는 것이 가장 골치아프고 비싸게 먹히는 부분인데, 아직 뾰족한 묘수가 떠오르지 않고 있다. 비자성체로 하고 싶지만 알미늄은 실딩이 좋지 않고 강도도 약하므로 어렵고, 철로 하자니 가공이 힘들고... 듀랄루민이나 마그네슘 알로이 절삭 가공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원체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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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각설하고, 나의 20여년 간의 오디오 여정은 지금 한 고비를 넘는 중이다. 나이도 나이려니와, 이제 방황과 중구난방의 삽질을 대강 접고 깊이를 추구할 때가 왔다고 느끼는 중이랄까. 사람이 깊이가 모자라면 그 사람이 울리는 음악도 깊이가 없다. 모친께서는 아직도 내가 고교시절 삽질로 만들었던 2웨이 스피커를 보관하고 계시는데, 그걸 들어보면 10대 시절의 내 모습이 고스란히 소리에 담겨 떠오른다. 지금 내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 세련되어졌고, 둥글어졌고, 퍽 안정되었지만 - 솟구치는 정열이나 멍하게 만드는 관능, 무엇보다 순수하고 속시원한 원색의 개성은 나이와 함께 퇴색해 버렸다. 뭐, 늙어가는 거니까 그건 어쩔 수 없다 쳐도, 그 대신 원숙하고 늠름한 맛은 있어야 할 텐데...

2004/03/14 12:29 2004/03/14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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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이라고 하면 "이루어질 수 없는..." 으로 보통 형용이 되지만, 간혹 첫 눈에 반해서 무덤까지 가는 경우가 있다. 오디오 광들은 다들 첫사랑이 있는데, 대부분의 첫사랑은 스피커, 처음으로 마음을 움직이고 눈물을 따르게 만들었던 스피커이다. 나도 물론 있다. 지금 그 얘길 하려는 거다.

큰 형이 일본에서 일하고 있다가 귀국하게 되었다. 난 고3이었고... 뭐 꼭 필요한 것 있으면 사다 주겠다고 하길래, 덜컥 염치도 없이 한 부탁이 "저.. 형 아끼하바라 가시면 JBL LE8T라는 스피커 알맹이를 파는데 한 조만 사다 주세요" 였다. 불쌍한 큰형, 그게 얼마짜린지도 모르고 "응 그러마" 하였더랬다. 그게 85년 겨울이었으니까, 그 시절 가격으로 미국 현지에서 개당 200불, 일본에서는 한 조에 약 8만 엔에 팔리고 있었다. 큰 형 월급 반 가까운 금액이다. 나 같으면 가격 듣는 순간 180도 뒤로 돌아 해서 그냥 들어왔을 건데 (그러니까 동생이지) 큰 형은 없는 돈 탈탈 털어서 그걸 사 왔다! (그러니까 형이지) 그게 처음으로 내 것이라고 소유하게 된 "명품" 스피커다. 하츠필드나 하크니스도 스피커 역사상 잊혀지지 않을 스피커이지만, LE8T 역시 명기의 반열에 드는 스피커로 "명품"이라 불러 마땅하다. 이 점 아마 생각을 달리 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 "뭐, LE8T가 명기? 웃기고 있네!" 글쎄, 요 밑의 설명을 좀 읽어 보면 내가 그리 생각하는 까닭을 이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아쉽게도 지금은 생산 종료하고, 재고로 남아있던 것들도 2002년에 최후의 한 조가 팔림으로써 이제 더 이상 새 것은 살 수가 없다. (간혹 보수용으로 사 놓았던 유닛들을 팔려고 내 놓는 경우는 있다.) 중고는 많이 돌아다니고, 대부분 서라운드가 다 부서지고 없거나 센터돔이 푹 들어간 처참한 형상을 하고 있다. 그 상태로도 보통 10만원 이상 달라 한다. 이걸 JBL 공장에 보내 원상복구하는데 송료 포함해서 한 50만원 든다. 국내 스피커 수리점에서는 10만원 정도로 할 수 있지만 최후 수단이다. 중고라도 구해서 수리하고자 하는 분들은 빨리 해야 한다... 오리지날 부품도 언제까지나 있는 게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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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8T의 역사 ]]

LE8T는 원래 D208이라는, 알텍 755를 겨냥해서 경쟁하려고 만든 PA용 스피커가 그 조상이다. 역시 원조는 웨스턴... 사실 755도 원래 PA용이다. 그러니까 알텍이며 젠센이며 JBL 모두 사실 웨스턴을 베끼고 베끼다 성공한 거라고 할 수 있다. 알텍 드라이버 중 제일로 치는 것은 288과 802인데, 288은 웨스턴 593 베낀 거고 802는 555 베낀 거고... JBL 375 역시 웨스턴 593 카피고, 175는 알텍 802 베낀 거고. D 씨리즈는 유명한 D130을 필두로 D131, D123, D208/216 이렇게 네 종류가 있었는데, 알텍의 스트레이트 바이플렉스 콘에 대항하여 커비닐리어 콘에 알미늄 센터 돔을 장비한 설계였다. 가정용으로도 팔았지만 역시 겨냥하고 있던 주 시장은 극장용과 PA 장비 시장이었다. 이들 스피커들은 당시 드물었던 (비싸니까) 알미늄 리본 보이스코일을 채용한 것으로 되어 있어 특기할 만하다. 특히 D208과 D216은 소구경 페이징 스피커 - 백화점 천장이나 지하철 역 - 로 쓰도록 만든 것으로, 음성 대역의 충실하고 정확한 재생에 주안점을 둔 설계이다. 755처럼 납작하게 만든 것도 씰링 콤파트먼트에 잘 들어가라고 그렇게 설계한 거고... 아래 사진이 D208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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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30이 펜더 기타 앰프에 들어가는 바람에 엄청나게 팔린 것 처럼, 이 D208은 그 후 LE8이란 모델로 발전하여 이름난 녹음기 메이커 암펙스에 모니터 스피커로 납품되어 명성을 떨치게 된다. 오리지날 208은 거의 변경없이 프로용으로 계속 살아남아 2115라는 명칭으로 불렸다. 208과 LE8이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서라운드가 린넨에서 스티로폼으로 바뀐 것이다 (다른 LE 씨리즈 드라이버들도 이 즈음 다 폼 서라운드로 바뀐다. 폼 서라운드는 가볍고 공진 흡수 효율이 좋아 대음량에서 디스토션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암펙스의 요구사항에 맞추느라고 변종이 많이 나와서 LE8-2, LE8-6 등의 여러 종류가 있었다. 나중에 가정용으로 개발한 랜서 44에 들어가는 모델부터는 아쿠아플러스라고 JBL 특유의 미백색 댐핑재를 발라 나오게 되고, LE8T로 명칭이 바뀌고, 나중에 자석이 알니코 5에서 페라이트로 바뀌면서 명칭이 다시 LE8T-H로 바뀌게 된다. 하지만 콘 프로파일, 알미늄 리본 보이스코일 등은 원래 그대로 변경된 적이 없다.

[[ LE8T의 특징과 매력 ]]

이 드라이버는 풀레인지, 그러니까 단발로 전대역을 재생하는 설계이다. 물론 불가능하다. 보통 풀레인지는 그래서 저역을 잘 하든지 아니면 고역을 잘 하든지 둘 중 하나다. LE8T의 경우에는 저역이 장기다. 6.5인치 (8인치라고 하지만 실제 콘 구경은 7인치도 안 된다) 소형 스피커로서는 믿을 수 없는 저역을 내는데, 통 설계에 따라 30Hz까지 플랫하게 나오도록 할 수 있다! 하지만 윗쪽으로는 아무리 잘 봐 줘도 10KHz가 고작. 그런데 이게 바로 천재의 솜씨가 나오는 부분인데, 그 10KHz밖에 안 나오는 대역으로 하도 솜씨있게 밸런스를 잡아 놔서 마치 훨씬 더 위로 좍 나오는 것 같이 착각하게 된다.

고역의 독특한 광채, 로더나 텔레풍켄과는 많이 다른 LE8T의 액센트는 바로 알미늄 센터돔이 부리는 재주이다. 이 알미늄 돔은 폼으로 달아 놓은 것이 아니다 (보통 메탈 센터돔 달린 스피커들은 그냥 폼이다) - 보이스코일 포머에 직접 연결되어 있어서 인덕티브 커플링이라는 현상이 발생, 마치 돔 트위터처럼 동작한다. (다이아톤의 PM610도 그렇다. 천으로 만든 더스트캡 안에 듀랄루민 돔이 들어 있다.) 이 "트위터"의 구경이 2인치나 되는 바람에 고역이 10K 까지 밖에 안 나오지만, 인덕티브 커플링 덕택에 아주 높은 주파수에서도 임피던스가 거의 플랫하다. 플랫한 임피던스 덕택에 진공관 앰프로 울리기가 아주 좋고, 청감상 고역이 더 뻗는 듯이 들리게 된다. 가벼운 음악 듣는데는, 특히 대중음악이나 보컬 듣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현악을 들으면 비로소 뭔가 빠졌다는 게 표시가 난다...

알미늄 리본 보이스코일, 더우기 그게 2인치나 되는 대구경이고 게다가 언더헝 (자속 갭보다 보이스코일이 얕은 걸 말하는데 굉장히 비싸게 먹히는 설계임) 으로 되어 있다. 언더헝인데도 대진폭형이고, 대진폭형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자속 갭이 좁고 정밀하다. 이런 컨셉의 풀레인지가 또 있나? 오리지날로는 없다. 포스텍스 200씨리즈는 갖다 베낀 LE8T 카피니까 언급할 가치도 없고, 비교적 비슷한 트루소닉 80F가 있지만 여기저기 설계가 차이나는 점이 많다. LE8T보다 뛰어난 풀레인지는 그 외에도 많이 있지만 아이디어가 완전히 다르다. 그러니까 역사적인 명기라 하는 것이다.

[[ 그리고... 단점들 ]]

단점, 또는 한계도 물론 있다. 일단, 애사당초 무지 비싼 초 고급 풀레인지로 만든 게 아니라는 점 염두에 두어야 한다. LE8T는 실용적이고 쓰기 편한 근접 모니터용, 혹은 페이징 용이라는 설계 의도에서 나온 드라이버다. 로더처럼 원래 비싸고 원래 고급인 음악감상용 풀레인지와는 계통이 다르다는 거다. (로더의 상급기종들은 처음 나올 때부터 탄노이보다 비쌌다)

  • 단점 1. 위에서 말한 대로, 고음이 뻗지 않는다 -- 지향성도 나쁘고. 섬세 우미한 톤, 광대한 음장감, 초정밀 해상도, 이런 건 못 한다.
  • 단점 2. 콘 구경이 작으면서 진폭을 크게 잡아 놓았기 때문에, 대음량재생을 하게 되면 고역이 절렁절렁거린다. 인터모듈레이션 디스토션이라 하는 것인데, 큰 소리 내라고 만든 스피커는 아닌 셈이다.
  • 단점 3. 능률이 89dB로 낮다. 일반적인 6.5인치 홈 하이파이 스피커보다는 한결 높은 능률이지만, 역시 2A3이나 45 같은 싱글 앰프로는 울리기 힘들다. 최소한 10와트는 필요하고, 한 30와트 되어야 소리가 빠지기 시작한다.
  • 단점 4. 캐비닛을 베이스 리플렉스나 패시브 래디에이터 형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밀폐형이나 혼은 안 된다) 통이 제법 커진다. 75-80리터 정도 되어야 제 소리가 난다. 그 정도면 가정용으로서는 최대급이다.
  • 단점 5. 이건 꼭 단점이랄 수도 없고... LE8T 혹은 JBL 스피커 일반의 성격이라 하는 게 맞을 터이다. 즐겁고, 명쾌하고, 편하고, 알기 쉽고, 기분 좋다. 그러나 깊이가 없다. 사람으로 치면 명랑하고 성격좋고 매너좋은 친구라고나 할까. 그러나 아쉽게도 인생의 깊은 맛을 아직 알지 못하고, 정말 어렵고 힘들 때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은 아닌 거다. 그래서 음악도 가볍고 명랑한 음악은 썩 잘 하지만 비극이 깃들어 있고 영혼의 깊이를 재는 음악에는 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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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인 까닭에, 이미 상용하는 스피커가 아니라 고이 모셔두고 어쩌다 한 번씩 향수에 젖어 울려보는 스피커인 까닭에, 온갖 단점들은 용서되고 이쁜 점만 부각된다. 어쩔 수 없다, 뭐 바로 그런 게 첫사랑이니까.

2004/03/09 01:05 2004/03/09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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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프라복스 인클로져 디자인/실험에 거의 1개월을 소비한 후, 마침내 도달한 시스템이 이거다. 역시 평판형, 전에 쓰던 배플을 그냥 쓰고 베이스를 다시 만들어 높이를 더하고 뒤로 조금 더 누웠다. 날개가 아크릴에서 미송 집성목으로 바뀌었고...물론 수프라복스 추천 디자인인 트랜스미션 라인도 시도해 봤지만 잘 안 되었다. 오리지날 디자인은 거대한 냉장고형 쿼터웨이브 튜브인데, 내 방에 들여다 놓기가 좀 거북한 싸이즈며 무게이다. 그걸 약간 간략화해서 소형으로 만들어 보았는데, 그게 아래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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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만드는 과정. 재료는 흔해 빠진 19미리 MDF, 조립 방식은 역시 가장 기본적인 벗 조인트, 피니시는 참나무 무늬목 위에 4층 하이글로스 바니쉬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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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매스 로디드 트랜스미션 라인이라고 트랜스미션과 베이스리플렉스의 짬뽕이다. 작은 크기로 아주 낮은 저음을 낼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 수프라복스하고는 상성이 좋지 않아 결국 포기했다. 수프라복스는 초경량 무빙매스 - 7그램 - 에 엄청 높은 Qms를 가진 드라이버다. 이런 종류들은 어쿠스틱 로딩에 민감해서 조금만 튜닝이 어긋나도 소리가 망가지는 경향이 있다... 옛 텔레풍켄이나 사바 같은 유닛들이 이 부류에 속한다. 라우더도 무빙매스가 아주 가볍지만 그렇게 민감하지는 않은 것이, Q가 아주 낮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수프라복스는 전자석 드라이버다. 이 전자석은 발열이 엄청난데, 트랜스미션 라인은 댐핑을 올리기 위해 흡음재를 많이 쓴다. 이렇게 열이 많이 나는 드라이버에는 당연 좋지 않은데, 뜨거운 드라이버를 식혀야 하는데 보온을 하는 셈이니까. 나이 드신 프로 음향 기사분들 얘기로는 과거 극장에서 널리 쓰던 젠센이나 웨스턴의 필드코일들은 과열로 발화하는 일도 드물지 않았다고 한다.

배플 시스템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지만, 싸이즈와 형태를 잘 선택함으로써 대단히 자연스럽고 과도특성이 좋은 저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수학적으로 스피커는 하이패스 필터로 볼 수 있는데, 저음의 과도특성은 이 필터의 차단 특성으로 결정된다. 과도특성이 좋은 저음은 붕붕거리지 않고 깔끔하며 박력이 있다. 킥드럼 같은 악기가 둥 둥 이렇게 소리나는 게 아니라 가볍고 마른, 탁 탁 하는 소리를 내는데, 그러면서도 가슴을 치며 육박하는 중량감과 어택감을 얻을 수 있다 - 진짜 드럼 같이. 밀폐형이 상자 스피커 중에서는 제일 나은 과도특성을 보이고, 이론상 최고의 과도특성을 보이는 게 베이스 혼이다. 하지만 혼은 잔향이 길고 잘 만들기가 어려우며, 적어도 50Hz까지 내려면 크기가 감당못하게 커진다. 현실적인 싸이즈에서 혼보다 더 과도특성이 좋은 형태가 바로 오픈 배플, 즉 평판형이다. 위의 평판은 1미터 높이에 1.52미터 폭으로, 흔히 쓰는 황금비가 아니고 어쿠스틱 레이쇼라고 음향적으로 이상적이라고 하는 비율로 되어 있다. 이 싸이즈에서는 -3dB 포인트가 약 70Hz이고, 그 이하에서는 -12dB로 차단한다. "겨우 70Hz?" 하지만 차단특성이 매우 완만하기 때문에 50Hz에서 여전히 상당한 양의 저음을 뽑아내 준다. 실용 가능한 저역의 차단점은 -10dB지점인데, 그것이 위의 평판과 수프라복스의 조합으로는 41Hz, 정확히 어쿠스틱 베이스의 최저현 주파수이다.
배플의 장점은 대단히 많지만 그 중 두 가지만 더 들면: 모든 상자형 스피커의 숙명인 디프랙션 로스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상자형 보다 약 6dB 소리가 크다. 가만 놔둬도 102dB의 초 고능률을 자랑하는 수프라복스이므로, 배플에 달면 약 105dB (이론상 6dB지만 현실적으로는 3dB 정도 게인이 있다) 의, 혼에 필적하는 능률을 얻을 수 있다. 또 한가지 장점으로는 배플 스피커는 디프랙션이 안 생기므로 음장감도 대단히 좋다.

그럼 단점은 없나? 없을 리가 있나, 당연 있다. 일단 걷보기로 무지 크다. 마누라들이 싫어한다. (사실은 뒷 폭이 없기 때문에 큰 게 아니지만) 또, 배플은 싸이즈의 제한으로 컷오프 주파수의 1/2 지점에서 어쿠스틱 쇼트가 발생, 그 밑으로는 소리가 아예 나지 않는다. 초저음은 흔적도 없다는 거다. 게다가 잘못하면 스피커 유닛의 최대진폭을 넘어버리는 수가 있으므로 음량도 너무 크게 올리지 못한다. 어쿠스틱 쇼트는 이점 전기회로의 쇼트와 비슷해서 스피커에 음향적으로 부하가 걸리지 않게 되어 보이스코일에 최대전류가 흐른다. 수프라복스는 8밀리미터의 대진폭형이므로 상관없지만 로더같이 1미리밖에 안되면 진짜 조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배플을 잘 만들지 않으면 이놈이 벌렁벌렁 공진한다. 이상적인 배플은 최대강도, 무게 제로, 내부손실 무제한이 되겠지만... 그런 물질은 세상에 없으므로, 현실적으로는 이 공진이 음악 듣는데 방해가 안 되도록 솜씨좋게 감추는 것이 필요하다. 공진 주파수를 아주 높게 만드는 방법이 있고 (가볍고 단단한 물질 사용) 또는 컷오프 주파수 아래로 내리는 방법이 있다 (비중이 높고 대단히 무른 물질 사용) 두 가지를 섞으면 제일 좋은데, 그래서 저 위 사진의 배플은 공진의 기계적 강도가 가장 높은 부분에는 아주 가볍고 아주 단단한 자작나무 합판을, 공진의 진폭이 가장 큰 주변부분은 비중이 높고 무른 미송을 쓴 것이다.
배플의 주변부는 이렇게 일부러 펄럭거리게 만드는 것이므로, 바닥에 닿아서는 안 된다. 무슨 수를 써서 허공에 떠 있게 만들어야 한다. 사실 이상적으로는 배플 전체가 허공에 떠 있어야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므로, 바닥에 닿는 부분이 최소면적이면서 진동을 전달하지 않는 구조가 좋다. 보통 바퀴를 많이 달지만 내 경우는 단풍나무로 만든 세모꼴 웨지를 써서 배플의 중앙부만 바닥에 선으로 닿아 있도록 만들었다.

아, 제일 중요한 것. 소리, 끝내준다. 웨스턴으로 울린 알텍 A-7에 비교하자면... 역시 침투력이나 여유만만의 호쾌함에서는 밑지지만 그 외 섬세함, 나긋함 등에서는 한 수 위이고, 스케일은 놀랍게도 비등비등하다. 자, 이러면 일단 성공이라고 자축해도 되겠지... 하지만 이 성공은 한 계단 위의 가능성을 엿보게 하였기 때문에 마음을 놓고 머무를 수가 없다. 즉, 풀레인지가 아닌 제대로 된 혼 시스템을 배플에 장착하면 대체 어떤 소리가 날까? 라는 것이다. 알텍의 A씨리즈, 웨스턴의 와이드레인지 시스템, 그리고... 스피커의 영원한 왕자 클랑필름, 모두들 다름 아닌 배플에다 혼을 달아 완성한 시스템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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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08 21:32 2004/03/08 21:32

풀레인지 팬으로서 새로운 드라이버를 만나는 것은 대단히 익싸이팅한 일이다.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니까 더 그렇다. 새로이 풀레인지를 설계해서 시장에 내 놓는 나라는 이제 일본과 프랑스 뿐인 듯하다. 일제 풀레인지들은 소리가 대충 뻔해서 그리 큰 흥미가 없지만, 프랑스 제품들은 재미있는 물건이 많다. 오랜 전통의 오닥스, 내가 최근까지 사용했던 PHY-HP, 신흥 업체인 페르땡, 그 외 무수한 가라지 업체들. 그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신개발 풀레인지는 역시 프랑스의 웨스턴 일렉트릭 또는 BBC라 할 수 있는 RTF - 라디오 에 뗄레비씨옹 프랑세즈 - 의 부활판, 수프라복스 215-200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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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수프라복스가 방송용 스탠다드 모니터로 RTF에 납품한 215RTF64 이다. 뒤가 둥그름한 것이 알니코 자석 버전이고, 길다란 통처럼 생긴 것이 필드코일 (전자석) 버전이다. 215-RTF64는 60년대 이래 프랑스의 스튜디오에서 널리 사용되어 왔는데 모델넘버 215는 유닛 구경을, 64는 개발연도를 의미한다 (215밀리미터, 1964년) 사진 보면 알 수 있지만 옛 클랑필름 디자인과 상당히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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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RTF를 디자인한 사람은 몇 년 전에 은퇴하고, 지금은 새로운 주임 기사 겸 오너가 회사를 이끌고 있다고 한다. (Msr. Guy란 양반이다.) 이 양반이 고전 드라이버인 215RTF를 현대에 부활시키자는 아이디어를 품고 수 년에 걸쳐 고심한 끝에 만들어 낸 것이 위 사진의 215-2000 이다. 모델넘버 2000은 2000년을 뜻하고, RTF 부활의 연도를 나타내는 것이란다. 215-2000은 오리지날 64와 마찬가지로 알니코 자석 버전과 필드코일 버전 두 종류가 있다.

2000년 신 개발이니까 당연 소문은 벌써 들었지만 실물을 보기는 올해 처음이다. 수프라복스의 미국 지사가 금년 1월에 생겨서 - 하필 우리 누나 집 바로 옆에 - 방문하게 되었다. 거기서 옛날 RFT의 요즘 버전과 새로운 2종류의 215를 들을 수 있었다...

거기 가지 않았어야 하는 건데. 엄청난 가격에도 불구하고 (로더 PM4A보다 두 배 비싸다) 덜렁 집어온 것이 215-2000 엑씨따씨옹, 그러니까 필드코일 버전이다. 전시실에서 데몬스트레이션 하고 있는 유닛을 조금 헐하게 살 수 있었지만, 그래도 잠시 머리가 아득해지는 가격이었다.

PHY-HP보다 여러 단계 우월한 성능, 로더나 포스텍스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음, 풀레인지 답지 않게 웅대한 스케일. 전자석 드라이버는 길드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아직 뭐라 딱 부러지게 말할 수는 없지만 지금 현재 상태로도 상당히 만족스럽다. 필드코일 특유의 유유하고 호연자적한 음이 가장 특기할 만한 장점이다. 100dB을 가볍게 넘는 고능률도 놀랍지만, 풀레인지를 사랑해 온지 10여년, 서브우퍼나 트위터 생각이 전혀 안 나는 유닛은 이 215-2000이 처음이다.

딱 한 가지 불만이 있다면, 엄청난 돈을 써 버렸기 때문에 보유하고 있는 드라이버들 태반을 내다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PHY-HP와 망가 드라이버, 로더 PM7A, JBL D-123 등등을 팔려고 내 놓았고, 망가 드라이버는 벌써 새 주인을 찾아갔다.

JBL에서 알텍으로 갔다가 라우더로, 다시 PHY-HP를 거쳐 이제 많은 사람들이 현대 기종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다는 수프라복스에 이르렀다. 여기서 더 나가려면 웨스턴 728이나 클랑필름 405로 가야 할 것이지만, 그런 외계 드라이버들은 너무나 비싸기 때문에 손이 닿지 않을 가망이 높다. 자세한 사용기는 이 다음에, 좀 더 들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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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2/25 13:25 2004/02/25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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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비는 쿠즈마라는, 슬로베니아에 소재한 작은 메이커에서 제조하는 텐테이블이다. 쿠즈마는 창업 이래 오직 턴테이블과 톤암만 만들어 온 회사로, 회사 이름인 쿠즈마는 창립자이자 오너이며 수석 엔지니어인 쿠즈마 박사의 이름을 딴 것이다. 내가 쓰는 스타비는 쿠즈마의 데뷔 모델로 1982년에 첫 발매, 85년에 마이너체인지된 버전 2. 워낙 기본 설계가 단단해 20년 동안 단 한 번의 버전업을 했을 뿐이다.

스타비는 정통적인 서스펜디드 벨트 드라이브 형식이다. 일반적인 서스펜션은 3점 지지의 스프링 서스펜션 (미국 AR 사가 오리지네이터이다 -- 토렌스가 유행시켰고) 이지만 스타비의 서스펜션은 4점 지지의 스프링 + 실리콘 댐핑이다. 공진 주파수는 3.5Hz이고, 이 서스펜션이 워낙 효과가 좋아 무거운 리드 (참나무로 되어 있는데다 진짜 유리를 끼어 놓아 무지하게 무겁다) 를 쾅 닫아도 바늘이 튀지 않을 뿐 아니라 스피커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이 서스펜션으로 합계 20킬로에 달하는 회전계를 달아매 놓았다. 플린트와 몸체 부재는 모두 통 참나무.

서스펜션보다 더 중요한 것이 메인 베어링이다. 스타비의 베어링은 흔히 쓰이는 원포인트가 아니라 다이내믹 밸런스를 취한 5점 지지 베어링. 턴테이블은 평소에는 약간 비스듬하게, 좀 헐렁하게 스핀들에 꽂혀 있다가 모터가 회전을 시작하면 자이로스코프 효과에 의해 똑바로 서게 된다. 베어링은 텅스텐 카바이트이고 플래터는 4킬로그램 짜리 알미늄 합금을 고무로 댐프한 것이다.

스타비는 전원공급장치가 기본으로 따라오는데, 이 전원이 또 독특한 것이다. 모터는 일반적인 24극 100V 싱크로너스 교류모터이지만 (나는 직류 모터, 24볼트짜리 장난감 교류 모터, 배터리 구동 등등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 모터를 일반 상용전기로 구동하는 것이 아니라 정현파를 생성해서 그것을 A급 밸런스 앰프로 증폭, 그 출력으로 모터를 돌리는 것이다. 정현파의 주파수는 0.4퍼센트 단위로 조절 가능하기 때문에 턴테이블의 속도 미조정은 거의 완벽하게 맞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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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은 오리지날인 스토기를 쓰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하지만 스토기는 워낙 비싸다. 스타비와 스토기를 함께 사면 600만원 가량 하는데, 나한테 600만원이 있으면 좀 굶어서 EMT를 사겠다. 아무 턴테이블에나 잘 맞고 (린 제외) 개성이 적으며 중용의 음색을 지닌 암을 찾다가 중고로 싸게 산 것이 지금 장착되어 있는 SME 309. SME는 3012와 씨리즈 VI 이 진짜라고들 하지만 역시 너무 비싸고, 게다가 스타비에는 롱암을 달 수 없다. 309는 씨리즈 VI의 염가판 (이라고 해도 새 걸로 사면 200만원이 넘는 고가) 이지만 제법 훌륭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씨리즈 VI 이 다이내믹 밸런스에 원피스 암인 데 대해 309는 스태틱 밸런스이고 헤드셸이 분리되는 투피스 구조인 점. 그 외에는 동일한데도 가격은 2배 이상 차이나니...

카트리지는 클리어오디오의 아우룸 베타, 오토폰의 XMC-5, 슈어의 V-15를 바꿔가며 쓰고 있다. 지금 꽂혀 있는 것은 오토폰. 셋 중 클리어오디오가 상용 카트리지이고 또 가장 마음에 들지만 친구가 빌려가더니 돌려 줄 생각을 안 한다...

참, 가장 중요한 것: 그래서, 종합적으로, 소리는? 해상도, 스피드, 이런 것들은 양보할 수 있다. 그러나 진하고 순박하며 고운 음색, 오버하지 않는 점잖음, 이때다 싶을 때 나오는 무시무시한 중량감과 박력, 이런 점들이 양보할 수 없는 나의 리스닝 포인트들이고, 스타비는 그런 부분들을 잘 한다. 좀 어둡고 좀 어리숙하며 좀 둔하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2003/06/16 00:23 2003/06/16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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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은 클랑필름 오이로노르다. 여러 종류의 구성이 있지만 이 그림의 오이로노르는 15인치 필드코일 우퍼 4대를 프런트로딩 혼에 달고, 컴프레션 드라이버 Kl.L301 + 트랙트릭스 사각 혼 Kl.Z301를 2대 (설치여건에 따라 4대까지) 고역용으로 쓰며, 이것들을 다시 가로세로 4. 5미터 배플에 붙인 구성이다. 이 구성으로 1와트당 115dB를 쏟아낸다. 일반 하이파이 스피커로 이 레벨을 내면 백중 구십구 외마디 비명과 함께 푸시식 승천이고, 난다 긴다 하는 프로용 스피커로도 힘든다... 수 백 와트를 넣어야 비로소 비슷하게 날 것이다.

클랑필름 하면 빈티지 애호가들에게는 역시 극장용 스피커들과 진공관들이 관심의 (또는 숭배의) 대상이다. 클랑필름은 독일의 웨스턴이라 할 수 있는 회사로 1928년 아에게, 텔레풍켄, 할스케, 지멘스가 함께 설립한 영화산업 토탈솔루션 컨소시엄이다. 영화 산업이나 진공관, 스피커 등의 역사를 다루는 어떤 책에도 반드시 클랑필름이란 이름이 등장한다. 웨스턴이 프런트로딩 혼과 베이스 리플렉스의 복합 인클로져 (알텍의 A 씨리즈는 본래 웨스턴의 컨셉)와 섹트럴 혼 등의 기술 개발로 스피커 역사에 남는다면 클랑필름은 세계 최초의 정전형 스피커 개발, 더우기 그 정전형을 극장용으로 썼다는 믿을 수 없는 사실, 35밀리 필름에 음성을 자기기록하는 획기적인 마그네토그라프 기술 등으로 불후의 명성을 쌓았다.히틀러 집권시의 독일에서 괴벨스의 지휘 아래 무수한 프로파간다 영화 제작의 하수인이었고 2차대전 종전 후에도 지멘스 산하 브랜드로 60년대 중반까지 제품을 생산하였지만 1983년 키노톤이라는 회사에 브랜드가 매각되었다. 지금은 다 없어지고 그 이름만 전설로 남아 있다.

클랑필름의 극장용 스테이지 스피커는 위의 그림에 나온 오이로노르 외에도 비오노르, 오이로딘(유러딘) 유로파 등 여러 종류가 있다. 모니터용, 휴대용으로 작은 스피커들도 개발했었지만 스테이지 스피커들에 비하면 명성이 희박하다. 가장 작은 오이로딘은 15인치 우퍼(Kl.L401) 와 4인치 컴프레션 드라이버 Kl.L301 (또는 302) 의 2웨이를 2미터 배플에 단 것이다. 오이로딘은 비교적 소형이라 국내에 많이 도입되어 있으며 보통 천만원에서 이천만원 사이에 거래되고 있다. 아래 사진은 오이로딘을 배플에서 떼어낸 상태다 (보통 이 상태가 오리지날이고 배플은 만들어 단다. 사진의 사각 혼 앞에 달린 음향 렌즈는 대단히 귀해 찾기 어렵다고 한다. 독일에서 복각품을 제조해 판매하는 업체가 있는데, 복각품도 호되게 비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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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력 음압 110dB의 비오노르는 국내에 딱 3대가 입하되었다고 한다. 황인용씨가 하나 갖고 있다고 하고 또 일산의 누군가가 한 대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또 한 대는 어디에 소장되어 있는지 모르겠고... 부품을 구해 복각한 비오노르는 그 외에 많이 있을 것이다. 오이로노르는 어마어마한 크기 때문에 집을 새로 짓지 않는 한 일반 가정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비오노르와 오이로노르는 글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이다. 비오노르는 오이로노르의 소형판으로, 유명한 14인치 풀레인지 Kl.L405 2대를 프런트로딩 혼에 달고 kl.L301 혹은 302 컴프레션 드라이버+혼을 그 위에 하나 또는 둘 설치한 2웨이다. 배플 크기는 2미터 X 3미터. 비오노르는 최근에 독일 하이파이 쇼 및 라스베가스 CES에 등장해서 주목을 받으며, 딕 올셔 등 여러 평론가들로부터 최고의 사운드로 호평을 받았다... 개발된지 반세기를 넘긴 스피커가 말이다. 아래 사진이 2003년 CES에 등장했던 혼 하나짜리 비오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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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컴프레션 드라이버를 뒤에서 찍은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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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들어 본 스피커 중 최고는 클랑필름 오이로딘이었다. 그런데 많은 고참 오디오파일 분들께서 오이로딘은 비오노르에 상대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내 평생 오이로딘도 손대 볼 가망이 없는데 하물며 저 괴물같은 비오노르야... 하지만 꼭 한 번 들어보고 싶다. 과연 얼마나 대단하길래, 꿈같은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는 저 오이로딘이 상대도 되지 않는다는 것일까? 그렇다면 최상급기 오이로노르는 도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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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랑필름 정보 웹싸이트

2003/05/05 11:59 2003/05/05 11:59

아래 글은 2003년에 써 올린 것으로 예전 홈에서 가장 조회수/펌 수가 많았던 글이다. 혹시 이 자료를 링크타고 찾는 분들이 있을까 하여 다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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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소설을 써 보려고 시도한 이래 여기저기서 모아 둔 팁들입니다. 중후장대형 본격소설보다는 판타지나 무협 등 장르소설에 유용한 조언들을 구해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런 팁이 필요없으신 분들... 부럽습니다.

1. 소설 일반

1) 멜로드라마와 드라마

멜로드라마의 주인공들은 기본적으로 먼치킨들이다. 멜로드라마의 악당들 역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확실한 악당들이다. 멜로드라마에 나오는 사랑은 옆눈 팔지 않고 맹렬히 불타오르는 사랑이고, 멜로드라마의 우정과 헌신, 배신과 복수는 철저하며 의심의 여지가 없고 깔끔하다. 멜로드라마의 인물들은 “virtuous to extreme”으로 요약된다 (by Sol Stein).

드라마는 비록 극적이지만 멜로드라마보다는 훨씬 현실적이며, 적어도 등장인물의 개성과 행동이 극단적이지 않고 “있을 법한” 점에서 다르다.

통속소설은 대부분 멜로드라마틱하다. 하지만 꼭 그러라는 법이 있나? 약간 입맛이 까다로운 통속소설 독자들은 멜로드라마의 “문법”에서 한 발짝 두 발짝 벗어난, 슬그머니 리얼리즘의 냄새를 풍기는 소설을 환영할 것이다.

2) 대원칙: Show, don’t tell

독자가 원하는 것은 신선하고 흥미로운 경험이다. 잘 구성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작가의 책임이요, 그 경험의 일관성을 해치는 모든 것이 죄악이다. 그러므로, 소설에서 설교나 강의는 금물이고 설명보다는 묘사가 우선이다.

결론을 말하지 말라는 거다. 온갖 정보는 제공하되 데이타로서가 아니라 경험으로서 그렇게 하고, 그런 정보를 바탕으로 얻어지는 판단은 독자들이 내리도록 비워둔다는 거다.

시점을 선택했으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험이 일단락되기까지 그 시점을 벗어나지 말라.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당신의 여주인공은 지금 기온이 몇 도인지, 맞은 편에서 역시 개를 끌고 걸어오는 남자 키가 딱 얼마인지 알 도리가 없다. (3인칭 제한적시점 혹은 1인칭 시점인 경우. 전지적 시점일지라도 이 원칙을 지키는 것이 좋다.)

등장인물의 감각과 인상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라. 감각과 인상을 독자들이 차근차근 경험할 수 있도록 재단하여 전달하라. 장면의 가장 중요한 감각적 인상을 항상 명심하고 그것을 독자들로 하여금 경험하도록 하는데 촛점을 맞추라.

등장인물을 “보여 주라,” 설명하지 말고.

전능한 감독으로서, 자기가 찍는 영화에 등장하고 싶을 것이다. 이 유혹에 극구 저항하라. 당신이 심혈을 기울여 창조한 세계에 대해, 당신의 전지전능에 대해, 이 소설의 교훈과 심각성에 대해 독자들에게 일장 연설을 하고 싶을 것이다. 독자들은 그 세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에 관심이 있지 작가한테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명심하라. 더우기, 설교하는 작가는 통속소설 독자들이 가장 미워하는 족속이다.

경험은 좋은 출발점이다. 그러나 그걸 그대로 이야기해 버리면 소설이 되지 않는다. 독자들이 무엇인가 경험하도록 해 주어야 하는데, 당신이 실제 겪은 일을 가공하지 않은 상태에서 들어보면 보통 별 재미없다.

3) 3요소

흔히 스토리 구성의 3요소라 하면 환경, 갈등, 그리고 해결이라 한다. 해결도 알겠고 환경도 알 것 같은데 갈등과 환경이 헷갈린다. 주인공이 처한 환경 자체가 문제인 수도 있겠지만, 거기다가 새로운 (그러나 관련은 있는) 고민거리가 하나 (혹은 일반적으로 여럿) 더 생겨서 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바로 갈등요소이다.


2. 스토리 컨셉

종이와 연필 말고 소설 쓰기 전에 꼭 필요한 것을 하나만 더 들라면 “스토리 컨셉 concept”을 꼽을 수 있다. 스토리 컨셉이란 “그 책 뭔 내용인데?“라는 질문에 대해 “ .... 에 대한 얘기야“ 식으로 대답하는 것이다 - 즉 스토리의 본질적 내용이다. 주제와 혼동해서는 안된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의 스토리 컨셉은 허무주의자인 한 청년이 범죄와 참회를 통해 인간의 의미를 발견한다는 것이다. (주제는 몰겠당?) 에잇, 쉬운 예를 들자. 춘향전의 스토리 컨셉은 기녀의 딸이 갖은 역경과 유혹에도 불구하고 정절을 지켜 사랑하는 상류층 도련님과 결혼에 골인한다는 것이다. 주제는 뭐 사랑은 계급을 초월하고 협박과 고문에도 굴하지 않는다, 쯤이겠지.

이 컨셉은 사건일 수도 있고, 인물일 수도 있다. 보통 주류문학에 속하는 소설들은 “인물”에 대한 이야기이다. 반면에 일반적으로 통속 소설들은 “사건”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대체로 그렇다는 것이다. 드물게 “교훈적” 이야기도 있다.

컨셉은 한 두 문장 내로 요약할 수 있어야 한다. 헐리우드 영화의 스토리 컨셉은 보통 25단어 이내이다. 컨셉이 머릿속에 딱 들어있으면 되긴 하지만, 습작기의 작가라면 소설을 쓰기 전에, 플롯 구성을 하기 전에 이 컨셉을 요약해서 적어놓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이 컨셉은 글을 써 나가다 보면 바뀌는 수가 많다.

컨셉은 흔히 작가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경험이나 작가가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슈에서 나온다. 컨셉을 개발하는 좋은 방법은 자신의 경험을 “만약에…” 에 대입하는 것이다.

스토리 컨셉의 핵심은 긴장과 대립이다.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소설이 아니다. 소설은 극적인 행위들로 구성되고, 극적이라는 말은 대립, 위기, 고난 등등 일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스토리 컨셉이 아닌 것의 예: “왕자님과 공주님은 서로 사랑해서 결혼하고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비록 작은 것이라도 긴장, 알력, 위기가 없으면 소설이 안된다.

3. 플롯

플롯은 사건의 나열이 아니다. 플롯은 의미있는 사건들의 연결이다. 사건은 스토리의 근본적 갈등과 관련하여 의미를 띠게 된다.

1) 전체 아웃라인 구성

소설의 뼈대를 준비할 때 유용한 방법은 장면으로만 구성된 아웃라인을 작성해 보는 것이다.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이 장면 아웃라인이 최대한 단순해야 한다 – i. e. 가급적 단순한 액션의 서술로 이루어져야 한다.

아웃라인은 십계명 돌판이 아니다. 쓰면서 바꿀 수 있고, 또 십중팔구 바뀌게 될 것이다. 각 장면을 독서카드 따위에 적어서 나열해 보는 것은 재배열시 쓸모있는 방법이다. 스토리 컨셉의 발달과 진행에 도움이 되지 않는 장면들을 줄이거나 없애라. 소설 쓰기를 시작하기 전에 최소한 큰 장면들은 대충 설정해 두는 것이 좋다. 특히 제일 큰 장면 즉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가 폭발하는 순간 – 클라이맥스, 오르가즘 – 을 먼저 확실히 해 두는 것이 좋다.

2) 개별 장면 구성

  • 각 장면이 독자의 감정을 어떻게 자극하는가?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강하게?
  • 이 장면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누구에게 가장 호감이 가는가? 독자들이 동일한 인물에게 호감을 품게 하려면? 장면의 관점이 가장 호감이 가는 인물의 관점인가?
  • 이 장면에 주인공과 대척되는 다른 인물이 등장하는가?
  • 장면의 구성이 액션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 장면의 서술이 독자들의 시야에 드러나 있는가?
  • 장면의 종결이 독자로 하여금 다음 장면을 고대하게 만드는가?
  • … 그리고 그 다음 장면에서 고대했던 것이 나오는가 나오지 않는가? (독자가 원하는 것을 주지 말라. 애를 태워라.)

3) 각 장면의 배치

큰 장면 중 첫 번째 것은 되도록 빨리 나오는 것이 좋다. 이야기 초반부터 장차 닥쳐올 더 큰 장면들을 계속 독자들에게 환기시키라. 묵시적/상징적인 예고편을 방영하라. 그래놓고는 소소한 장면을 슥 끼워넣어 독자를 애달게 만들어라. “폭풍 직전의 고요” 분위기를 조성하라. 마침내 그 “폭풍”이 닥쳐오면, 애달게 만든 만큼 독자들에게 꼼꼼하고 철저한 경험을 전달함으로써 써비스하라.

큰 장면들은 파국이나 각성으로 결말이 난다. 이 파국이나 각성들은 최종적인 파국 혹은 각성과 근친관계라야 하고, 그 최종적인 파국/각성을 지향해야 한다. 최종적인 파국/각성 즉 클라이막스는 결말로 이어지는데, 통상 많이 쓰는 결말의 종류에는 죽음, 여행, 반복, 각성, 반전 등이 있다.

4. 인물 창조

캐릭터의 네 가지 차원을 한 번 보자: 외모, 행동, (겉으로 드러나는) 인간성, (겉에서는 안 보이는)인간성. 이 네 가지는 물론 동일한 인물의 다양한 면모이므로 통일성이 있어야 하겠다.

등장인물들의 대조적인 개성이 저절로 엮어내는 플롯이 가장 쉽고 또 효과적이다. 즉, 별난 주인공이 훌륭한 주인공이다. 먼치킨 류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소설 대부분이 왜 불쏘시개로 분류되는가? 그들의 슈퍼맨스러운 능력들이 전혀 별나지 않기 때문이다.

별난 점은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이 주인공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라. 그것이 별난 것이면 좋다. 잘 생각 안 난다면 당신 자신이 무엇이든 별난 것을 원하는게 있는지 생각해 보라. 우등생의 삶을 살아온 작가지망생들은 이 점에서 곤란을 겪는데, 그들 내면에 깊이 숨겨진 비밀스런 욕구들(잘 숨기기 때문에 우등생일 수 있다)을 하도 꽁꽁 숨겨놔서 본인들 스스로도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떤 미성숙한 작가들은 사랑받고 인정받기를 원하기 때문에, 칭송을 듣고 싶고 뻐기고 싶기 때문에, 먼치킨을 자기들 소설에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그러나 그런 먼치킨들은 불행히도 사랑스럽지 않다. 초인물의 대가인 젤라즈니도 먼치킨들을 주인공으로 애용하지만, 그들은 생동감도 있고 흥미로운 먼치킨들이다. 차이점은 무엇인가?

인물 창조시 유용한 팁들:

  • 인물의 가장 취약한 면과 가장 뛰어난 면을 정하라.
  • 시급하고 간절한 목표/욕구를 부여하라.
  • 특정 상황에서 이 인물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 고려하라.
  • 내면적 갈등을 심어주라

당신의 주인공에게 생동감이 부족한 듯하다… 그럴 때,

  • 동화책을 읽어 보라. 동화의 등장인물들은 대체로 대단히 개성적이다. 삐삐 롱스타킹을 기억하는가?
  • 주인공의 주머니 속, 지갑 속, 목에 걸고 있는 로킷 속을 조사해 보라. 이상한 게 나오지 않는가? 빛바랜 사진? 외국 동전? 찌그러진 탄피?
  • 등장인물들과 인터뷰를 해 보라.
  • 일기를 쓰게 시켜보라.

“장소”는 또 하나의 등장인물이다. 개성없는 장소, 거기가 거기같은 장소는 소설에 아예 나오지 않는 것이 좋다. 장소에는 내면의 장소(등장인물의 내면을 비추거나 담는 장소)와 외면의 장소(등장인물이 속한 세계, 더 나아가서 그 세계 사람들의 세계관을 비추는 장소)가 있다. 몰개성한 장소들에 식상한 현대 도시거주자들은 익조틱한 미지의 장소에 입맛을 다신다. 동물이나 식물도 등장인물이 될 수 있다. 주인공도 될 수 있다. 마법에 걸린 고양이나 말하는 토끼 말고 그냥 평범한 개나 소도 등장인물로 활약할 수 있다.

5. 독자를 사로잡기

독자를 유인하는 것은 첫 한 두 문장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적어도 첫 페이지가 끝나기 전에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미끼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주인공이거나 상황이다. 희한한 상황이나 주인공의 독특한 개성이 독자를 궁금하게 만든다.

미끼에 유인된 독자를 이야기 안으로 확실하게 끌어들여야 한다. 이것 역시 이를 수록 좋다.

독자는 약오르는 것도 좋아하고 깜짝 놀라는 것도 좋아한다. 깜짝 쇼를 써먹어라 – 즉, 신기한 이야기라는 힌트를 자꾸 주어라. 독자를 애달게 만들면서 입질을 놓치지 않고 서서히 유인하는 것은 어렵지만, 이것이 바로 “바닐라”에 식상한 독자들이 원하는 것이다.

초보 작가에게 권할 만한 쉬운 출발은 “독특한 주인공이 희한한 상황에서 괴상한 짓을 한다”이다.

연습: 당신 자신의 삶이나 인간관계나 육신에서 한 가지 측면을 골라내어라. 모든 가식을 다 버린 상태에서 한 반 페이지 쯤, 그 한 측면을 만지작거려 보라. 거짓말과 상상은 같지 않다 - 상상력을 해방하라. 결과물을 보관해 두었다가 나중에 당신의 주인공에게 인간의 냄새를 부여할 때 써먹어라.

6. 묘사

절대 피해야 할 것: 구체적이지 않은 묘사, 구태의연하고 닳아빠진 묘사. 모든 배경과 상황을 정밀사진이나 세묘화처럼 쓰라는 말이 아니다. 무엇을 선택하여 묘사할 것인지는 예술적 감각의 영역이다. 하지만 일단 묘사의 대상을 선택하였으면 최대한 구체적으로, 신선한 언어를 사용해서 묘사하라. 다시 한 번 명심: 독자가 원하는 것은 신선하고 흥미로운 경험이다.

신선하고 구체적인 묘사에서 가장 효과적인 것은 감각적인 묘사이다. 감각 중에서도 시각적 묘사가 가장 강력하다. 가능하면 무엇이든지 해설하지 말고 묘사를 통해 “보여주라.”

연습: 사물들을 그냥 지나쳐 보지 말라. “만약에…”를 늘 생각하라. 작가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연습. 상상력을 늘 개방해 두고 날카롭게 다듬는 연습. (작가들 성질이 예민한 이유가 다 있다.)

7. 대화

소설 속의 대화는 등장인물들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경험 요소이다. 재미있는 소설들은 흥미로운 대화를 잔뜩 담고 있다. 대화를 잘 쓰는 것은 작가에게 대단히 유용한 재능이다.

실생활의 대화와 소설 속의 대화는 대단히 다르다:

  • 소설속의 대화는 훨씬 짧고 함축적이다.
  • 소설 속의 대화는 자주 갈등을 포함한다.
  • 소설 속의 대화는 논리를 따르지 않는다.
  • 소설 속 대화의 목적은 (생활상의) 정보전달이 아니라 (스토리상의) 의미전달이다.

효과적인 대화 창조에 도움되는 팁들:

  • 긴 문장은 나누어라. 3문장 이상이면 너무 길다. 1/2 문장은 좋다.
  • 앞뒤가 안 맞거나 당장 뜻이 명확하지 않은 말들을 집어넣어라.
  • 갈등을 집어넣어라. 아니면 적어도 깜짝 쇼나 기발한 표현을 집어넣어라.
  • 화자가 컨트롤을 잃은 상태에서 말이 헛나오게 하라.
  • 화자를 흥분시키거나 벌벌 떨게 만들거나 초조하게 하라. 효과를 배가하기 위해, 상대 화자로 하여금 그와 정 반대되는 감정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라.
  • 오해를 유발시켜라. 설명할 틈을 주지 말거나 말을 할 수록 오해가 더 깊어지게 하라.
  • 반복을 피하고 설명하지 말라.

이 쯤 하면 소설 속 대화가 어떤 건지 감이 왔을 거다. 그 감을 활용하라.

사투리, 틀린 문법이나 철자법, 비속어 등은 그 말투를 쓰는 인물의 개성 표현이나 스토리 전개상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쓰라. 혹 양념으로 쓰더라도 “양념”이라는 것을 명심하라. 이런 요소들이 무차별로 계속 튀어나오게 되면 독자는 식상한다.

이모티콘을 대량 삽입한 대화가 소설에 적합하지 않은 이유도 이것이다. 이모티콘을 쓴 성공적인 소설도 있다 – 주인공과 그녀가 창조한 AI가 주고받는 이메일로 구성된 소설이 있는데, (제목을 까먹었다) 상당량의 이모티콘을 쓰고 있다. 귀**씨의 소설과 다른 점은, “그놈은 ****”에 쓰인 이모티콘은 필연성이 부족하고 이 쪽은 스토리와 플롯 구성상, 또 등장인물의 개성상 필연적이라는 점이다.

대화를 처음부터 위에 예시된 대로 쓰려면 작위적이 되는 수가 많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냥 자연스럽게 쓰라. 퇴고할 때 갈고 닦으면 된다. 항목 9번, <퇴고>를 참조하라.

8. 시점

전통적으로 시점이란 누구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느냐로 정한다. 화자가 “나”인 경우 1인칭이고, 화자가 “너”를 주어로 써서 이야기를 하면 2인칭이다. 2인칭이 아니면서 화자가 작중에 등장하지 않으면 3인칭이다. 3인칭에는 전지적작가 시점이라 해서 화자가 마치 신과 같이 무소부재 무불통지하는 경우가 있고, 제한적 시점이라 해서 작중 등장인물의 관점 혹은 장면 내의 한 특정 지점에서 (이 경우 신이 아니므로 모든 것을 조망할 수 없어 “제한적”이라 불린다) 관찰하듯 이야기하는 형태가 있다.

1인칭 시점이 가장 친근하고 몰입하기가 쉽다. 3인칭 전지적 시점은 이 점에서 가장 어렵다. 1인칭 시점은 장면 전환이 제한되는 단점이 있는 반면에 전지적 시점은 장면 전환이 자유자재하다. 3인청 제한적 시점이 두 가지의 중간 쯤 된다고 하겠고, 통속 소설에 흔히 쓰인다. 2인칭 시점은 왜, 어떻게에 대해서 좀 생각해 본 다음에 시도하라. 2인칭 시점이 거의 쓰이지 않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1인칭 -> 3인칭 식으로 시점을 이동하는 것은 습작기의 작가가 능수능란하게 다루기는 쉽지 않은 테크닉이다. 하지만 같은 1인칭인데 소설 중간에 “화자”를 바꾸거나, 3인칭 시점에서 “관점”을 바꾸는 등의 기법은 흔히 쓰고, 또 비교적 쉽다. 습작기에 주의할 것이 있다면 이와 같은 시점 이동을 용의주도하게 고려하지 않고 하거나 무의식적으로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특히 3인칭 제한적시점을 쓴 습작의 경우 무의식적으로 관찰자를 바꾼 경우가 많다. ) “시점 관리”라고나 할까, 시점에 대해서는 작가의 의식적이고 면밀한 통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원칙적으로 한 장면 내에서는 되도록 시점이 움직이지 않는게 좋다. 3인칭 제한적 시점에서는 동일 장면 내에서도 시점을 움직여야 할 때가 있는데, 이런 때 독자들로 하여금 시점 이동을 눈치채지 못하게 하거나, 적어도 시점이 움직인다는 것을 신경쓰지 않도록 하라.

시점을 움직이는 효과적이고 창조적인 방법 중 하나는 다른 장르 형태를 도입하는 것이다. 소설의 특성 중 하나는 텍스트 베이스의 어떤 장르든 집어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 신문 기사, 편지, 일기, 등등.

9. 퇴고

“초고는 몽땅 불쏘시개다.” (헤밍웨이.)

일필휘지, 단번에 걸작을 써 내는 작가도 있긴 있다. 하지만 무수한 퇴고를 거듭한 끝에 태어나는 걸작이 더 많다. 습작기의 작가에게 권하는 일반적인 규범으로서 말하자면, 퇴고는 반드시 해야 한다.

퇴고는 초고를 완성한 후 좀 시차를 두고 하는 것이 좋다. 친구나 가족의 비평은 대체로 도움이 안 된다. 퇴고는 극히 조심스럽게 하라. 전체 소설이 어떻게 달라질지 염두에 두라.

초보 작가의 퇴고를 위한 체크리스트:

  • 우선 1: 덩치가 큰 수정을 할 경우, 고쳐야 하는지 어떤지 의심이 가면 고치지 말라.
  • 우선 2: 이 이야기가 혹시 다른 결말을 가질 수도 있을지 생각해 보라.
  • 정말 마음에 드는 장면들을 찾아라. 그 중 스토리의 진행에 불필요한 장면이 없는지 유심히, 아주 객관적으로 보라. 보통 한 두 장면 있다. 읍참마속 하라.
  • 주인공이 먼치킨이 되지 않았는가? (= 주인공의 동기가 절실하고 그럴 듯한가?) “나쁜 놈”이 혹시 너무 나쁘지는 않은가?
  • 등장인물들이 스스로 자신을 드러내고 있는가 아니면 그걸 작가가 하고 있는가?
  • 불필요한 단어들 – 특히 형용사, 부사 – 를 지워라. 의미상 중복되는 단어들을 찾아 제거하라. 한 페이지 내에서 이유 없이 여러 번 중복되는 단어가 있으면 고쳐라.
  • 페이스를 늦추는 묘사나 설명을 빼거나 줄여라. 통속적인 표현을 없애라.

여기부터는 대화 부분을 퇴고할 때 염두에 둘 만한 항목들이다:

  • 대화가 3문장 이상이거나 완벽한 문장이면 고쳐라.
  • 대화가 개성을 드러내거나 긴장을 유발하지 않는다면 고치거나 빼라.
  • 혼자서 연극 대사 읊듯이 대화를 플레이해 보라. 녹음해서 들어보라. .
  • 뻔한 문답은 필요없다. 뻔하지 않은 것을 집어넣어라.
  • 침묵을 써먹어라.
  • 반짝반짝 빛나는 대사를 가다가 하나씩 집어넣되, 너무 많이 넣지는 말라.
  • 대사에서 단어를 하나 둘씩 빼 보라.

10. 각종 조언들

1) 글을 쓰기 전에 – 등장인물

  • 주인공이 정말 원하는 게 뭔가? 그것은 독자들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욕구인가?
  • 주인공이 그 욕구를 달성하는 데 방해하는 것이 있는가? 방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가장 좋다.
  • 등장인물 리스트와 각각의 인물에 대한 묘사를 작성하라. 필요한 이상으로 자세히 하라. 특히 당신과 전혀 다른 성격의 등장인물에 정성을 기울이라. 등장인물들이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적어 두라.
  • 어느 등장인물의 관점이 가장 많이 쓰이는가? (3인칭 시점에서)
  • 당신이 당신의 주인공에게서 마음에 드는 점이 있다면? 같이 여행하거나 데이트하고 싶은가? 왜?

2) 글을 쓰기 전에 – 독자를 사로잡기

  • 초장에 어떻게 독자의 주의를 끌 것인가? Any idea?
  • 각 장면에서 극적인 긴장의 요체는 무엇인가?
  • 초장은 이미 상황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렇게 시작하는가?

3) 글을 쓰는 동안 주의점 – 긴장과 페이스.

  • 소설 초반부에서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완전히 몰입시켰는가?
  • 주요한 액션들은 모두 “독자의 눈앞에서” 일어나게 하라. 중요하지 않은 액션이라도 되도록 배경에서 발생하지 않고 “무대 위에서” 일어나는 것이 좋다.
  • 스토리의 진행은 멈추지 않는 것이 좋다. 가급적이면 빠른 페이스가 좋은데, 통속 소설인 경우 빠른 페이스는 필수이다.
  • 주인공이 늘 무엇인가 행동을 하는가? 주인공이 등장했으면 뭔가를 해야 한다.
  • 서스펜스가 필요할 때 깜짝 쇼를 이용하라.
  • 시각적인 요소를 끊임없이 도입하라.
  • 되도록 인물들의 내면이나 감정상태를 직접 표현하지 말라.
  • 문제를 너무 쉽게 혹은 너무 빨리 해결하지 말라. 독자를 약올려라. 문제는 갈 수록 골치아파져야 한다. 주인공은 계속 고난에 처해야 한다.
  • 요약하거나 설명하지 말라. 묘사하느라 액션을 중단하거나 페이스를 늦추지 말라.
  • 매 장을 끝낼 때 독자를 안달나게 만들어라. 연속극이 어떻게 끝나는지 생각하라. 독자에게 원하는 것을 주지 말라. 그건 다음 장에 나온다… 고 암시하고 실망시켜라.

4) 글쓰는 동안 주의점 – 글이 막혔을 때.

  • 사전을 펴 보라. 상상력을 자극하는 단어를 찾아 보라.
  • 이상한 쪽으로 장면이나 스토리를 뒤집어 보라.
  •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을 꺼내 들고 중간쯤부터 읽어보라.
  • 자유연상으로 끄적여 보라.
  • 날씨가 좋다면 완행 표를 끊어 모르는 촌동네로 놀러가라. 빈 공책을 들고 가라.

5) Q and A

Q. 일찌감치 독자를 사로잡으라고 하지만, 설정과 주인공 묘사를 하지 않고 어떻게 스토리를 시작할까?

A. 상황에 처해서 이미 행동하고 있는 주인공을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하라.

Q. 깜짝 놀라게 하기“는 정말 어렵다.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A. 정상적인 반응, 독자가 기대함직한 결말, 등등을 생각하라. 딱 그 정반대를 쓰라.

Q. 주인공이 너무 평범하다.

A. 별난 외모상의 특징, 이상한 성격, 약점, 비밀 등을 부여하라. 재밌다고 너무 많이 하지 말라. 너무 써먹어서 닳아빠진 특성들도 피하라.

Q. 제언된 대로 퇴고를 하고나니 너무 간단하고 짧은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A. 정상이다. 액자, 회상 등등의 고급 기법은 초보 때 쓰지 않는 것이 좋다. 꼭 쓰려면 짧게 하라. 하여튼 첫 소설은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 짧은 게 좋다.

6) 집어넣으면 재미있어질 만한 아이템들

  • 소설의 엔딩에서 앞에 나온 의미심장한 사물, 대사, 단어, 이미지, 냄새… 등등을 떠올리면 좋다. 독자들은 이게 무슨 심오한 의미가 있나 싶어서 열심히 궁리할 것이다. (심오한 뭔가가 있으면 정말 좋고)
  • 독백이 전혀 안 들어있다면 좀 넣어 보라.
  • 별 볼일 없는 등장인물이 너무 적어도 재미없으니 좀 집어넣어라.
  • “로고”가 있으면 좋다. 소설 전체를 지배하는 시각적 이미지 말이다. 심볼릭한 것이면 더 좋다.
  • 작중화자가 거짓말을 하거나 기억이 신통치 않거나 뭔가를 숨기고 있으면 더 재미있을 수도 있다.
  • 배경지식이나 자잘한 정보들이 재미를 배가할 수 있다. [백경]에 나온 선원들의 삶, 고래잡이 과정 등의 묘사에 이런 것이 잔뜩 들어있어 실재감을 높인다. 단, 설교하거나 강의하지 말 것.
  • 우연과 모순, 아이러니를 좀 넣으면 맛이 쌉살해 진다.
  • 대비를 좀 과장해 보라. 돈 키호테와 산초 판자가 나올지도 모른다.
  • 주인공이 처한 상황이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되는가? 그럼 좀 더 고생시킬 필요가 있다.
  • 같은 고생을 심화시키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새로운 골치거리가 등장하는 바람에 이미 하던 고생이 더 꼬이는 쪽이 더 재미있다.

7) 기타 유용한 팁들

  • 웃기고 싶으면 과장하라. 과장은 코메디의 정수이다. 아니면 축소하라. 축소는 과장의 정 반대 기법으로, 사실 반대 방향의 과장이다.
  • 일기를 쓰라. 작가 일기는 엄청난 도움이 될 수 있다. (나중에 성공하면 팔아먹을 수도 있다) 쓸 게 없으면 맘에 드는 주인공으로 하여금 일기를 쓰게 만들라.
  • 당신이 습작을 하고 있다면, 이미 있는 소설을 해부해서 재조립하거나 지지고 볶고 뒤집고 주물러 보라. 범작이지만, 테리 브룩스가 톨킨을 이런 식으로 갖고 놀다가 샨나라 씨리즈를 쓰는 바람에 떼부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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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5/02 11:13 2003/05/02 11:13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컴퓨터 스피커는 만원 이하 싸구려로부터 수십만원 넘는 5.1채널 고급품까지 많이 있다. 나는 쭉 보스의 101과 AM3을 써 오다가 (멀티채널은 싫어하기 때문에 5.1은 필요 없음) 이번에 새로 하나 장만했다 - 제넬렉 1029A.

홈 스튜디오나 미디어 프로덕션 쪽으로 약간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많이 쓰이는 니어필드 모니터들에 대해서는 조금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어느 스튜디오나 구색으로 다 갖추고 있는 야마하 NS10이나 Auratone 같은 것들로부터, 요즘 널리 쓰이는 JBL, Behringer, K&K, ATC 등등... 하지만 적절한 가격과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는 유연성, 기동성 등을 두루 고려할 때 내게 딱 맞는 "이거다!" 싶은 제품은 이것 하나.

파워앰프 내장(그것도 한 쪽에 2대씩 바이앰핑)이고, 24bit/96Khz D-A 컨버터까지 내장하고 있다. 인클로저는 다이캐스트 알미늄이고, 한 손으로 못 들 만큼 무겁다. 단점이라면, 하여튼 4인치 우퍼 탑재의 작은 제품이다보니 저음이 65Hz까지밖에 안 나온다는 거다. 이퀄라이저를 내장하고 있고 또 1미터 내의 니어필드에서 컴퓨터용으로 쓰는 거기 때문에 큰 상관은 없지만... (전용 서브우퍼가 있지만 100만원을 넘는 가격. 아무리 업스케일 컴퓨터 스피커라지만 합계 200만원 이상이면 좀 너무하다)

제넬렉은 프로페셔널 오디오 쪽으로는 유명한 메이커지만 민수용품 시장에는 아직 진출하지 않았다. 이 제품은 용산에 가면 구입할 수 있는데, 물론 컴퓨터가게엔 없고 프로오디오 전문점에 가야 한다. 컴퓨터 스피커로 최고급 알텍이나 캠브리지 등을 구입하려 하는 분들, 조금 더 주고 제넬렉을 트라이해 보길 권한다. 스튜디오 모니터로 쓰이는 만큼 정밀한 음장, 레퍼런스급의 충실도, 내구성, 안정성 등 제반 성능이 압도적이고, 음색도 곱다. 소형 스피커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어쿠스틱 에너지의 AE-1 시그너처... 만큼 상큼하진 않지만, 그에 유사한 성격의 음색이다.

일반 컴퓨터용 스피커, 아무리 수십만원 하는 고급품이라도 실효출력이 10와트 넘어가는 제품 없다. (팜플렛에서는 수백와트라고 떠들지만 말도 안 되는 거짓말) 제넬렉 1029는 DIN 규격으로 RMS 75와트, 피크값은 100와트 넘어간다. 볼륨을 계속 올리고 싶어지는 다이내믹한 재생은 참 일품이다...

2003/04/17 10:54 2003/04/1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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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크래프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우리나라 팬덤에도 이 [네크로노미콘]이란 책에 대한 관심 역시 일고 있다. 게임을 즐기는 분들 역시 크툴루 신화를 배경으로 쓴 여러 게임들이 인기를 끄는 바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우선 한 가지 확실히 해 두어야 할 것: 네크로노미콘은 크툴루 신화와 마찬가지로 러브크래프트의 창조물이지 현실의 책이 아니다. 크툴루 신화의 곁가지라고 할 수 있겠다. 러브크래프트는 세심한 정성을 기울여 이 신화적인 책을 진짜 있는 책인 양 자기 소설 여기저기에 등장시키는가 하면, 동료 작가들과 주고받은 편지에서 언급하기도 하고, 이 책에 대한 논문까지 썼다. 오따쿠 독자들의 상상력과 열의가 합세하여, 잘 모르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런 책이 정말 있는 듯 정밀한 거짓말이 태어난 것이다. 시중에 돌아다니는 네크로노미콘은 당연히 모두 가짜고, 어디까지나 재미있는 환상의 창조물로서 대해야 한다.

하여튼, 러브크래프트에 따르면:

8세기 경의 마법서로 저자는 [미친 아랍인]이라는 별명으로 후세에 알려진 압둘 알하즈레드(Abdul Alhazred)이다. 원래 제목은 [Al Azif]고... 13세기경 라틴어로 번역되었고, 다시 마법사 존 디에 의해 영역되었다고 한다. 중세와 근세를 통해 유럽에서는 금서로 묶여 있었기 때문에 언더그라운드로 돌아다녔다고 하고, 원본은 물론 남아있지 않고, 정역본도 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당연하지... 원래 없는 책인데) 뭐 대영박물관 비밀창고에 한 권 있다고도 하고...

돌아다니는 가짜 중에는 아예 아랍어 원문까지 공들여 “제조“한, 정말 진짜같은 가짜도 있다. [Al Azif: The Necronomicon], by Abdul Al-Hazred 이라고, Owlswick Press에서 1973년에 나온 책인데 하드커버 양장본으로 굉장히 비싸고, 스프라그 드 캠프가 서문을 썼다 (마치 진짜 정역본인 것 처럼...) 애시톤 스미스나 스프라그 드 캠프나 [사이코]의 작가인 로버트 블록 등등 네크로노미콘과 연관된 작가들은 죄다 러브크래프트와 친분이 있었고, 이 기차게 재미있는 [네크로노미콘] 전설 제조에 힘을 보탰던 것이다.

[신의 지문] 등등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는 콜린 윌슨(이사람 얘기 순진하게 그대로 믿으면 안됨)도 네크로노미콘에 대해 썼다. 그는 뵈니히 문서[The Voynich Manuscript] 라고 진짜 있는 신기한 암호 문서 (가상의 동식물 그림과 해독 불가능한 문자가 가득) 를 해독해 보니 네크로노미콘이 나오더라, 라고 주장한다. 물론 거짓말.. 이 괴문서는 진짜 존재하는 문서지만, 아직 아무도 해독하지 못했다.

아래의 링크에 가면 네크로노미콘의 역사와 내용에 대해 잘 소개하고 있다:

http://www.geocities.com/SoHo/9879/necpage.htm

러브크래프트의 에세이 [the History of Necronomicon]은 두 종류의 버전이 존재한다. 여기 가면 원문을 읽을 수 있다.

러브크래프트 관련 싸이트는 무수히 많지만, 이곳을 추천.

2003/04/14 12:51 2003/04/14 1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