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소설과 판타지/독서일기'에 해당되는 글 6건

  1. 요즘 읽은 책들 (25) 2007/11/26
  2. 간만에 책방에 가서... (2) 2004/07/08
  3. [Prestiege] 다 읽음, [Mabinogion] 진행중 2004/05/24
  4. 케이지 베이커와 그렉 이건 (1) 2004/05/02
  5. 지금 읽고 있는 책들 [옛날 글] (35) 2004/04/28
  6. 저프리 배러클러프, [중세교황사] (4) 2003/02/12

명색이 그래도 SF/판타지 팬페이지인데 그 쪽 관련 포스트가 하나도 없으면 곤란할 것 같아서 우선 근황보고부터 하려고 한다. 이제 미국땅에서 신간 사냥하기, 헌 책방 순례 등의 재미를 누릴 날도 많이 남지 않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읽는 속도를 몇 배 능가하는 속도로 책을 사고 있다. 슬픈 사실은 그렇게 사 재 놓은 책 중에 재미있는 것이 몇 안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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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슴을 친 한 권이 있다면 Mark J. Ferrari의 The Book of Joby. 또 한권의 욥기 코멘터리인가 하고 읽어보니, 이거 정말 근사한 책이다. 성서와 신학 쪽으로 약간의 배경 지식이 필요하긴 하지만 대단히 종교적인 주제를, 더우기 교양소설이라는 틀 안에서 종교적인 편향성 없이 그려낸 작가의 재주는 놀랍다. 이 소재를 다룬 소설은 이미 국내에도 잘 알려진 테드 치앙의 Hell is the Absence of God이 있지만, 페라리씨의 소설은 대형 장편이고 또 오갈 데 없는 정통(그러니까 구식) 어번 판타지라는 점에서 다르다. ISBN: 978-0-7653-16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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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치기 2등, John Connoly의 The Book of Lost Things. 이것도 교양소설이다... 어머니를 잃은 소년이 새어머니와 의붓 동생을 용납 못하고 동화 속 세계로 빠져든다 - 고전 동화들이 현실이 되어 있는 이 세계에서 주인공 David가 어린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한다는 이야기. 플롯만 놓고 보면 재미있을 것 같지가 않은데 이 책은 재미가 문제가 아니고 감동을 주는 책이다. 며칠씩 뇌리를 점령하고 떠나지 않는 진한 여운이 있다. Connoly씨는 원래 심령 미스터리/호러 계열인데, 이 책은 그의 작품 중 유일하게 장르가 다르다. 아, 이것 청소년/아동용이 절. 대. 아니다 - 성인용, 그것도 19금이다. ISBN: 978-0-7432-9885-8.

여기부터는 뭐 그럭저럭 재미있네 했던 책들:

Scott Lynch의 Red Seas under Red Skies, 대단한 인기를 끌었던 The Lies of Lock Lamora의 씨퀄이다. 주인공인 록 라모라는 전형적인 "착한 트릭스터" 인데, 아주 오래되고 어떻게 보면 이미 닳아빠졌다고도 할 수 있는 구성을 꽤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추리 드릴러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어서 읽기 쉽고 술술 잘 넘어간다. ISBN: 978-0-553-80468-3.

Kage Baker의 11권에 달하는 Company 씨리즈가 드디어 막을 내렸다. 마지막 권이라고 생각되는 The Sons of Heaven이 나왔는데, 서두르는 감 없이 그 동안 온 사방에 흩뿌려 놓았던 플롯들을 잘 거둬모아 마무리한다. 흥미로운 소재, 약간 가벼운 톤이긴 하지만 어설프거나 경박하지 않은 것이 마음에 든다. 인문계열 SF를 원하는 독자에게 권할 만 하다. 이 씨리즈는 그야말로 번역될 것 같지 않은데... 단편집 형식으로 나온 두 권은 혹시 가능성이 있으려나. ISBN: 978-0-7653-1746-9.

Patrick Rothfuss, The Name of the Wind. 이것도 전형적인 교양소설이고 아주 고지식한 구식 판타지다. 마법사를 주인공으로 삼고 마법이 주된 스토리 동인으로 작용하는 "마법학원" 판타지는 아주, 아주 많이 있는데... 로맨스/어드벤쳐로서의 재미를 놓치지 않기가 쉽지 않은 모양으로, 음 이거 좋네 하고 느끼는 것은 몇 안 된다. 흠 그러고 보니 해리 포터가 바로 이 계열에 속하는구만. 660페이지짜리 장편인데 제대로 끝이 나지 않는다. 다음 편에 계속, 하고 끝난다... 요즘 이런 판타지가 많다. 장편 에픽을 좋아하긴 하지만 어쩐지 이것도 상술인 것 같아 짜증난다.

Abram Davidson의 Adventures in Unhistory. 이것은 소설이 아니고 에세이집인데, 판타지에 자주 등장하는 신화적 원형들을 판타지작가의 눈으로 유머러스하게 분석하고 있다. 아브람 데이빗슨은 그 박학다식으로 이름난 사람인데 과연 학이 박하다고 절절히 느끼면서 읽게 된다. 술집에서 한 잔 걸치고 대화하는 듯한 문체로 씌어져 있지만 자세히 보면 매우 아름다운, 공력이 깃든 문장이란 것을 알 수 있다. 딴 사람도 아닌 피터 비글이 서문을 썼다 -- 명문장끼리들 노시는군. ISBN: 978-0-765-30760-6.

말하기가 무섭게 나온다 - Peter S. Beagle, The Line Between. The Last Unicorn과 Innkeeper's Song, 아니 무엇보다도 단편 Professor Gottesman and the Indian Rhinoceros를 읽고 감명 먹은 후 그의 책이라면 일단 사고 본다. 이 단편집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상당히 좋다. 그 중의 한 편인 El Regalo는 한국계 미국인 남매가 주인공이다... 하지만 역시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2005년에 나와서 이미 널리 알려진 Two Hearts. ISBN: 978-1-892391-36-0.

... 실망했던 책은 많지만 그 중 가장 실망이 컸던 것은 스티븐 에릭슨의 A Tale of the Malazan Book of the Fallen -- 아 씨리즈 이름 한 번 기네. 이것도 그 간 두 권이나 신간이 나왔는데, 어쩐지 씨리즈 초반의 막강한 재미를 흐지부지 잃어버린 것 같다. 마지막 권인 The Bonehunters 는 벌써 두 달 째 끝내지 못하고 있다.

근래 읽었던 책들 목록을 적고 보니, SF가 한 권 뿐이고 또 거개가 교양소설이다. 교양소설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어째서 이런 패턴이...?

2007/11/26 10:35 2007/11/26 10:35

책을 많이도 샀다. 사고 싶은 것들 반도 못 샀는데도 50불이 넘어간다. 아, 돈이 너무 많이 든다... 복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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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스테어 레이놀즈의 [Absolution Gap]. 김상훈님의 추천으로 3부작 중 앞의 2권을 이미 구입, 다 읽어가는 마당에 마지막 권이 나왔으니 눈물을 머금고 하드커버를 사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과연 이게 마지막 권일까...? 레이놀즈는 스토리텔러로서 재능도 출중하지만 전통적인 스토리텔링의 매너가 아주 좋아, 정말 마음에 드는 중이다. 절도라고나 할까, 그의 셰익스피어적인 detatchment는 앙가주망의 분위기가 왕성한 SF계에서 드물게 보는 미덕이다. 주인공들도 정말 흥미롭고... 이건 독후감을 써 올릴 만한 씨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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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laine Harris의 [Dead to the World]. 어느 분인가 행책 싸이트에서 말씀하신 대로, 인기가 좀 오르면 하드커버로 내는 행태에 분개는 하지만... 못 기다리고 덜렁 사 주는 나같은 소비자 때문에 그런 짓들을 하는 거겠지? 이 책은 여러가지 의미로 너무나 미국적이기 때문에 번역은 안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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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에 나왔던 책인데 페이퍼백이 있길래 들고 왔다 - Jack McDevitt의 A talent for War. 이 표지, 옛날에 홍인기님이 정크에 멋진 투구라며 소개했던 것 본 기억이 난다... 솔직히 말하자면 미국 SF 출판계의 표지 디자인을 정말 싫어한다. 대체로 촌스럽기 이루 말할 수 없는데다 내용과 별 상관없는 것도 많고, 무엇보다도 그림을 정말 못 그렸다. 스페이스 오페라를 좋아하지만 이 촌티영롱의 경향은 스페이스 오페라 쪽 - 특히 Baen - 의 경우 심각하다. 오징어 사촌 외계인, 최소면적의 복장을 한 여자주인공, 그랜다이져 스타일의 우주선, 광선총(!), 어쩌면 그렇게도 다들 똑 같으며 그렇게도 용감무쌍하게 유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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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리 맥과이어의 [Wicked: the Life and Times of the Wicked Witch of the West]. 이 책도 나온지는 꽤 되었지만, 뮤지컬로 만들어져 히트하는 바람에 새 표지를 달고 재판되어 나왔다. 맥과이어는 [Confessions of the Ugly Stepsister]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으므로 재미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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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ert Reed의 [Sister Alice]. 이 소설, 그 한 부분이든지 아니면 중편 형식으로든지 어디선가 언젠가 읽었던 것인데... 아주 흥미로왔던 인상 외에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Marrow]가 재미있었으니 이것도 재미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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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a Goldstein, [The Alchemist's Door]. 역시 나온지는 제법 되었고 전부터 사고 싶었지만 어쩐지 이번에야 구입. 마법사 존 디가 주인공이고, 골렘도 나오고, 흠. 이런 것 좋아한다. 물론 흥미로운 아이템만 갖고는 안 되지. 스토리가 재미있어야지...

그리고, 가드너 도즈와의 2003년 베스트 SF. 도즈와의 앤솔로지는 어쩐지 새 학년 되어 새 교과서 사는 기분이다. 골라놓은 소설들도 물론 대체로 재미있지만, 새로운 작가들과 새로운 경향을 알게 되고 무엇보다 SF 헌팅하는 데 좋은 길잡이 노릇을 한다. 중단편 읽어보고 스타일이 맘에 들면 그 작가의 신작이나 장편을 고르게 되곤 하니까... (사실 바로 그게, 이런 두꺼운 책을 상당히 싸게 내 놓는 출판사의 속셈이겠지만) 도즈와의 입맛에 너무 맹목으로 따라가게 되는 것을 조심해야 하긴 하지만, 뭐 도즈와 정도의 입맛이면 좀 따라간들 큰 탈이야 날까.

로버트 홀드스톡의 미사고의 숲 속편은 못 샀고, 진 울프의 새 단편집도 사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 외에도 여러 권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망설였다....

2004/07/08 12:28 2004/07/08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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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프리스트의 [프레스티지] 완독. Wizardry가 아닌, 현대 스테이지 마술과 일루져니스트들을 소재로 삼은 아주 독특한 판타지다. 무지무지 복잡하고 층층이 중첩된 플롯을 다루는 솜씨하며 가다듬어진 문장, 생동하는 인물들, 빈번히 그러나 적절히 교차하는 시점, 판타지 아니라 그냥 소설로 봐도 아주 빼어나다. 독후감을 쓸 만큼 강한 인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재미있었던 것은, 니콜라 테슬라가 등장한다는 점. 테슬라는 에디슨과 동시대의 실존했던 인물로 전기 관련 발명과 시대를 앞선 이론들로 그 이름을 후세에 전하지만, 아쉽게도 에디슨만큼 유명하질 않다. 에디슨의 직류 대신 테슬라가 제안했던 교류 (Alternate Current) 시스템을 세계적으로 mains power로 쓰고 있는데도, 전기 하면 에디슨을 기억하지 테슬라를 기억하는 사람이 드물다...장사에도 능했던 에디슨보다 테슬라가 발명가 및 이론가로서 더 뛰어났다고 생각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순수한 재능만 갖고는 “성공“ 하기는 어려운 듯. 테슬라는 로켓 발사, 무선전신 등 당시로서는 마술이나 다름없는 실험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러고보면 그는 스파이더 로빈슨의 [Lady] 씨리즈에도 등장한다. “잊혀진 천재 과학자“라는 아이템에 SF 작가들에게 어필하는 뭔가가 있나보다.오디오도 좋아하는 나는, 테슬라의 이름이 물론 낮설지 않다. 지금은 나누어져 EI와 JJ로 브랜드명도 바뀌었지만, 한때 명성 높았던 진공관 브랜드 하나가 바로 그의 이름을 따른 테슬라였다. JJ는 지금도 진공관이며 컨덴서 등 전기관련 부품들을 생산하고 있고, 품질도 좋아 찾는 사람이 많다.


마비노지온은 열심히 읽고 있는 중. 영어가 쉽지 않은데다가 꽤 긴 책이라... 좀 더 걸릴 듯하다.이 4부작은 고대 웰쉬 전설을 번안에 가까울 만큼 충실히 현대에 전하는 고전 판타지로, 작가 에반젤린 월튼은 순진하면서도 재치있게 변사 노릇을 한다. 10대 후반부터 초로에 이르기까지 거의 평생에 걸친, 엄청난 양의 공부와 사색이 집중된 대작임에는 틀림없지만... 허전하고 심심한 느낌을 지울수 없다. 현대 장르 판타지에 익숙한 독자들 대부분은 너무 구태의연한 서사라 짜릿하고 극적인 맛이 모자란 듯 느낄 것이다.

누가, 언제, 우리 민족의 전설과 신화들을 이렇게 장르 문학으로 형상화하게 될까. 아, 그런 시도들은 있었고 또 앞으로도 이어지겠지만, 아직 이렇다 할 만한 성취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무협이나 만화 장르에서 시도되어 상업적으로 성공한 예도 몇 있으니, 판타지 쪽에서도 곧 소식이 있겠지. 좋은 소재를 어설프게 낭비해 버리지 말고 이 월튼 여사처럼 평생을 바친 무게있는 시도를 할 여유가, 우리나라 판타지 작가들에게도 곧 생기겠지...

결국 고학력에 고수입에 높은 교양까지 갖춘 백수들이 많아져야 하나?

2004/05/24 11:36 2004/05/24 11:36

케이지 베이커의 [The Anvil of the World] 어저께 다 읽었다. 재미있는 판타지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밤을 새게 만든다는 것이다! 다음날 일정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논문 쓰는데도 지장이 있다 (단어나 문장이 판타지스럽게 된다?)

어쨌거나, 제 일급이라고 할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이사갈 때 내다버리는 부류에는 속하지 않고 제법 훌륭하다. 작가의 통제력에 감탄. 모든 것이 적절하고 깔끔하다... 장편 에픽 스타일 하이 판타지를 좋아한다면 맞지 않는 책이지만, 가벼우면서도 날카로운 맛이 있고 잘 쓴 책을 찾는다면 강추. 날카로우면서도 지나치게 자극적이거나 시니컬하지 않고, 상당히 주장하는 바가 있지만 설교하지 않고 우아하게 넘어가는 면이 특히 좋다. 예리하고 생생한 인물 묘사와 대화는 특급이다. 주인공은 일종의 안티히어로인데, 예쁜 여자만 보면 섹슈얼 패닉에 빠져 어버버거리는 것이 참... 귀엽다?

게다가, 진 울프나 메리 젠틀 류의 SF/판타지 짬뽕을 약간 시도하는데, 아주 잘 하고 있다. 진 울프처럼 철저한 짬뽕은 아니고 어디까지나 판타지에 짬뽕 양념을 약간 넣은 거지만, 대단히 효과적이다.


그렉 이건의 [The Schild's Ladder]도 다 읽었다. 재미는 있었지만, 사이언티즘의 프로파간다가 너무 눈에 거슬린다. (물론 하드SF 독자들을 만족시키려면 이 양념이 안 들어갈 수 없겠지만...) Schild's ladder는 고등기하학과 양자역학의 만남 -- 실제로 시도되고 있다고 한다, 완전히 이론 수준이지만 -- 을 극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작가의 설교는 주로 neophobia를 지양하고 무한한 가능성을 환영해야 한다는 것인데...

대부분의 과학소설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그렉 이건도 하드코어 보수주의의 핵심을 오해하고 있다. 진정한 보수는 바로 인간에 대한 회의이며, 인간의 사고와 액션이 무엇인가 새롭고 더 나은 것을 창출할 가능성에 대한 배척이다. 공산/사회주의는 바로 이 이유로 보수적인 사상이 될 수 없고, 기독교도 궁극적으로 보수가 될 수 없다. Scientific method는 그 자체로 무슨 이념이 아니므로 보수니 진보니 하는 것과 상관이 없지만, 과학소설에 등장하게 되면 딱 갈라져서 이념이 되어 버린다... 이념이 아닌 과학적 사고방식은 종교나 도덕과 충돌할 일이 없지만 scientism은 이데올로기이므로 이런저런 종교, 철학, 도덕 등등과 경쟁해야 하는 입장이고, 따라서 정면으로 충돌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작가의 인간에 대한 이해도 문제. 그렉 이건은 [인간성]을 열린 시각으로 보자고 말한다. 인간성이란 것은 arbitrary concept 라고 한다. 그것은 지적으로 방어가 가능한 주장이다. 그런데, 인간성의 외연을 열어 놓고 살려면 믿음이 필요해진다! 자아를 불확정상태로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도. 누구나 다 그런 영웅적인 믿음과 용기를 지니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작가의 프로파간다를 차치하고 보면 그런 대로 괜찮은 하드SF이긴 한데... 숙제도 제대로 했고... 생생한 인물 묘사나 박진감 넘치는 액션은... 엥, 별로. 섹스의 미래상 묘사는 이 소설의 또 다른 큰 부분인데, 이것도 그리 신통치 않다. 베이커와는 달리, 이사갈 때 버리고 갈 소설이다.

2004/05/02 14:20 2004/05/02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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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읽고 있는 책들:

  • 루디 럭커, [The hacker and the ants]. [White Light] 와 [Frek and the Elixir] 가 인상깊어서 샀는데 아직 좀 재미없는 중이다. [2004/05: 재미 없었음]
  • 그렉 이건, [Schild's Ladder]. 앗, 이건 재밌다. 역시 그렉 이건. [2004/05: 음... 다 읽고 보니 약간 별로.]
  • 제인 젠센, [Dante's Equation]. 조금만 통속 드릴러물 냄새가 덜 났더라면... 시간때우기용.
  • 케이지 베이커, [The Anvil of the World]. 아직 시작 부분이다. 재미있을 것 같은 예감. [2004/05: 대단히 재미있었음.]
  • 그리고, 아기다리고기다리던 로버트 홀드스톡의 멀린 코덱스 제 2권, [The Iron Grail]. 말할 것도 없이 재미있고,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훌륭한 작품. 아직 반 정도밖에 안 읽었다. 아껴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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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읽었던 책들:

  • 댄 시몬즈, [Ilium]. 호머의 일리아드를 SF로 새로 만들기. 하하! 하이피리언보다 더 재밌었다. 하지만 대체 몇 권짜리가 될런지 작히 궁금하다... [2권으로 끝.]
  • 진 울프, [The Knight]. 이것 역시, 멋지다. 희한한, 주인공이 될 것 같지 않은 캐릭터를 형상화하는 진 울프의 재주는 추종 불허. 꼬일 대로 꼬인 플롯 속으로 독자를 끌어들여 몽롱하게 만드는 실력도... 근데 이것도 3-4권 혹은 그 이상 나갈 것 같다. [이것도 2권으로 끝.]
  • 역시 진 울프의 옛날 책, [Latro in the Mist]. 단기기억 상실증의 주인공! 어제 일을 기억 못하는 주인공의, 그것도 1인칭 소설! 참 이런 게 가능하구나...
  • 스티븐 브루스트의 피닉스가드 씨리즈 마지막 권, [Sethra Lavode]. 대실망. 이 양반 내공이 고갈됐나...?
  • 조너선 레듬, [Gun, with Occasional Music]. 많은 이들의 칭찬을 받은 작품이라 큰 기대를 품고 읽었는데... 뭐, 잘 쓴 작품이긴 하지만 끝장나게 재미있지는 않았음.
  • 피터 해밀튼, [Pandora's Star]. 이것 재미있다. 내가 좋아하는 대형 스페이스 오페라. 근데 역시 최소한 3권은 갈 모양이다. 중진 작가들의 권수 늘리기는 최근의 유행인 듯, 너도 나도... [2권 Judas Unchained 나옴. 2권으로 종결]
  • 존 포드, [The Last Hot Time]. 올해 읽은 최고의 판타지! 어째서 이런 책이 유명하지 않다지? [John M. Ford, 2006년 9월 25일 사망.]
  • 스파이더 로빈슨, [The Calahan Cronicals]. 엄청난 인기의 이유를 알 만하다. 좀 설교투가 되는 것이 께름하긴 하지만. 음악과 오디오를 좋아하는 작가라서 약점들도 다 곱게 보인다.
  • 영재가 번역하려다 때려친 (뭐하니 영재야?) 마이크 레스닉의 산티아고 속편, [The Return of Santiago]. 재미있었다. 이 양반 정말 잘 쓰는데 왜 3류 취급을 받는지...?
  • 할 클레멘트, [The Noise]. 그의 장기인 치밀한 세계구성이 빛을 발하는 한편, 스토리 자체는 다소 밋밋. 이것도 단권으로 안 끝나고 한 두어 권 더 나올 모양이다. [할 클레멘트, 2003년 10월 사망.]
  • 쥬딧 타르와 해리 터틀도브가 같이 쓴 [The Household Gods]. 음, 좀 진부한 아이디어긴 하지만 (타임 슬립) 고대 로마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에겐 짜릿하게 재미있을 지도 모르겠다. 나로선 과다하게 설교조로 읽혀서 별로.
  • 메리 젠틀, [Grunts]. 온갖 판타지물에서 두들겨맞고 개박살나는 담당인 오크가 여기선 주인공! 이거 정말 재미있다... 메타판타지라고나 할까, 판타지 루틴에 익숙하다못해 식상한 독자들에게 가려운 등 긁어주는 소설.
2004/04/28 04:12 2004/04/28 04:12

역사책 읽는 것은 참 오랜만이다. 더우기 프로테스탄트 학자가 쓴 교황사라니, 뭔가 톡 쏘는 맛이 있지 않을까.

역사는 서양 학문 족보에서 철학보다는 수사학에 가까운지라 내 전공과 밀접하다. 전공서적은 일단 재미가 없지만 역사는 재미있다. 타키투스는 정말 재미있었다. 이 책도 기대를 잔뜩 하고 읽었는데, 과연 재미있을 뿐 아니라 예견했던 대로 톡 쏘는 맛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교황이라 하면 한국 사람들에겐 그저 천주교의 우두머리인가보다 하는 정도의 이해에 그치지만 서양 사람들에게는 그게 아니다. 오늘날의 유럽은 교황권이 없었으면 전혀 다른 모양으로 발전했을 터이다. 유럽이라는 문화적 신원의식 자체도 교황권에 빚진 바 크다. 이 책은 그 빚진 내용들 중에서도 특히 어떻게 이 종교적 위계제도가 그토록 오랜 기간 살아남아 아직도 권위를 주장하고 있는지, 그 적응과 생명력의 비밀에 천착한다.

작가는 요한 12세 (재위 955-964) 같은 인간말종에게 (18세에 교황이 되어 27세에 복상사함) 조소를 보내는 동시에 그레고리우스 7세, 이노첸시우스 3세와 같은 위대한 지도자를 칭송한다. 역사학자인 그의 시각에는 역사의 추이를 넓게 멀리 읽고 많은 사람들의 복지를 위해 그런 통찰을 활용한 인물들이 위대하게 비추어진다. 예컨대 샤를마뉴의 아들이자 후계자였던 경건왕 루이는 종교적으로는 성인일런지 몰라도 황제로서는 낙제인 것이다. 양 쪽 방면에서 다 훌륭할 수는 없었을까.

제도 종교는 과거에 집착하고 Status Quo를 수호하려는 방향으로 그 힘을 기울일 수도 있겠고, 그 반대로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촉진하는 혁명적인 세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양 쪽 다 역사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아마도 가장 위험한 종교는 역사의식을 결여한 종교가 아닐까. 천국에서는 시간이 흐르지 않을런지 몰라도 땅에 발을 디디고 살아가는 우리는 뒤를 돌아다보고 앞을 겨누어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초월과 내재를 함께 포용할 줄 아는 종교, 혹은 그런 종교인들이 필요하다.

출판정보: Geoffrey Barraclough, [The Medieval Papacy.] Norton, W. W. & Company, Inc., 1979. ISBN: 9780393951004

2003/02/12 14:27 2003/02/1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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