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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레인지의 역사상 가장 유명한 사람 한 명을꼽으라면 누구를 골라야 할까? 많은 사람들이 아마 로더의 창시자요 트랙트릭스 혼의 주창자인 P. G. A. H. Voigt 씨를 들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비슷하게 많은 수의 오디오파일들이 이에 반대하며 Edward James Jordan이야말로 그 영예의 주인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로더에 비겨 조금도 손색이 없는 불후의 풀레인지, Goodmans Axiom80을 디자인한 바로 그 사람. 이 사진이 Axiom 80이다. 최근 이베이에 나온 한 조는 그리 깨끗한 상태가 아니었는데도 3500불이라는 가격에 낙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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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조던 와츠라는 자신의 브랜드를 설립하여 10센티미터 구경의 알미늄 합금 진동판 유닛을 개발해 세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었다. 이 사진이 조던 와츠의 오리지날 사각형 드라이버 유닛인데, 지금도 간혹 중고가 돌아다닌다. 대역도 좁고 아주 작은 소리밖에 나지 않지만 그 아름다운 톤은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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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조던 씨는 지금도 살아있고, 여전히 풀레인지를 만들고 있다. 한 10년쯤 전인가 자신의 오리지날 디자인을 업데이트하여 JX92라 이름붙여 내 놓았었는데, 대역은 오리지날보다 한결 늘어났지만 여전히 능률이 낮고 가격이 비싸서 별로 인기를 끌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때만 해도 풀레인지라면 모두들 로더를 기준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싱글 진공관 앰프로 울리기 어려운 소구경 저능률 풀레인지는 대중적인 어필이 부족했을 것이다. 얼마 전 조던 씨가 그 JX92를 다시 업데이트해서 JX92S라고 이름을 바꿔 시장에 내 놓았다. 괄목할 만한 개선점은 능률이 86에서 88dB로 대폭 향상되었다는 것. 86dB에서 88dB는 얼른 듣기에 그리 큰 발전이 아닌 것 같지만 사실은 1.5배의 음향출력을 뜻하는 것으로 사실 대단한 변화라 할 수 있다. 저역의 대역폭도 40Hz까지 신장되었다고 한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아 조에 35만원으로 나왔다. 이 정도 되면 사지 않고는 못 배길 판이다. 작년 연말까지만 해도 대리점이 영국, 독일, 홍콩 이렇게 밖에 없어 침만 질질 흘리고 있었는데, 지난 1월 이 신개발 조던 유닛의 미국내 직판이 개시되었다. 기다리는 사람이 많은 관계로 선주문 해놓고 오래오래 기다린 끝에 마침내 차례가 돌아와, 급기야 손에 넣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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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던 씨는 옛날부터 풀레인지의 구경은 10cm가 최적이라 주장해 왔고, 이 유닛 - JX92S - 도 딱 그 싸이즈다. 모델명에 나타난 숫자가 바로 실효구경, 즉 92mm를 뜻하는 것이다. 보통 메탈콘이나 그라파이트, 케블러 콘 등 고강성 재질로 만든 드라이버들은 음속을 드라이버의 반지름으로 나눈 주파수에서 공진한다. 이전 포스트에 나온 씨어즈의 L15나 이 조던이나 약 9센티미터 지름이므로 8KHz에서 공진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여기서 조던 씨의 오랜 풀레인지 설계 경력이 드러나는데, 콘의 형상이 스트레이트가 아니고 (거의 모든 고강성 콘 유닛들은 콘 프로파일이 직선이다, 즉 깔때기 모양이다) 엑스포넨셜 커브를 그리고 있다. 공진점이 분산되는 것이다. 아래 그래프가 실제 측정 결과이다 - 8KHz의 공진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매우 잘 컨트롤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고역 전반에 걸쳐 음압이 치솟고 있는데, 청감상 고역 과다로는 들리지 않는다. 10센티미터 구경이므로 약 5KHz부터 지향성이 나빠지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놀랐던 것은 아주 타이트한 퀄리티 컨트롤. 두 샘플 간의 리스폰스 차이는 0.3dB 이내, 임피던스는 0.5% 이내로 매치하고 있다. 이런 레벨의 품질관리는 빈티지 드라이버에서는 물론이고 현대 고가격 유닛들 사이에서도 보기 어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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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스페이스 상태에서의 능률은 85dB 정도로, 발표된 스펙 88dB는 하프스페이스 시의 능률인 것 같다. 이 유닛으로 평판 (조던을 평판에 달아 듣는 사람 많이 있음)을 만들어 들으면 저중역에서 6dB의 능률 신장을 기대할 수 있으므로 약 91dB의 고능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즉 싱글 진공관으로 구동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혼에 달아 듣는다면 (넬슨 패스 씨가 이 프로젝트를 시도하였다고 한다) 얼추 95dB까지도 가능하다. 하지만 일반적인 박스형 스피커에 단다면 약 3-4dB의 배플 스텝 코렉션이 필요하므로 역시 85dB 정도의 능률밖에 얻을 수 없다. 그렇긴 해도 4인치도 안되는 싱글 콘으로 그나마한 능률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엔지니어링이다. 대다수의 스피커 자작 팬들은 이 유닛을 트랜스미션 라인 통에 넣어 사용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트랜스미션 라인 토폴로지를 그리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게다가 현재 리스닝 공간이 아주 협소한 관계로, 보다 일반적인 상자에 넣고 싶다. 조던씨가 권장하는 박스 싸이즈는 밀폐형 3리터, 저음 반사형 8리터이다. 하지만 실측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14리터 밀폐형 통에 넣었을 때 가장 밸런스 좋은 소리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음 반사형도 가능하긴 한데, 저음의 능률과 대역폭은 신장되지만 군지연특성이 너무 나빠진다 - 30Hz 부근에서 거의 20ms의 딜레이가 발생한다. 이렇게 저음에서 딜레이가 피크를 이루게 되면 저음의 질감이 깨끗하지 않고 퍼석퍼석하며, 잘못 설치된 카 스테레오처럼 원노트로 붕붕거리게 된다. 11리터 통에 R-19 흡음재를 채우면 용적이 겉보기로 늘어나 약 14.5리터가 되므로, 11리터들이 상자에 넣어 보았다. 저음반사형이 시뮬레이션과 달리 의외로 결과가 좋을 수도 있으므로, 포트를 만들어 달아 두었다 - 소리가 좋지 않으면 막아버리면 되니까. 아래 그래프들은 첫 번째가 저음 튜닝의 시뮬레이션, 두번째가 실제 측정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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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 다를까, 저음반사형은 저음의 양만 많고 질은 엉망이다. 튜닝을 이리저리 만져 보아도 그리 개선되는 것 같지 않으니, 이 유닛은 저음반사형에 잘 맞지 않는다고 결론 내릴 수밖에 없겠다. 이에 반해 밀폐형의 저음은, 10초도 지나지 않아 이것이 정답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만큼 훨씬 깔끔하고 아름답다. 저역의 차단점은 70Hz로, 숫자상으로나 그래프상으로는 저음이 하나도 안 날 것 같지만 사실은 아주 만족스러운 양의 저음이 나온다 - 유명한 BBC 모니터 LS3/5A의 저역 차단점이 90Hz인 것을 생각해 보면, 밀폐형 스피커의 저역은 스펙 상에 나타난 것 보다 더 뻗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 대로는 중역이 강조된 깽깽거리는 음으로 듣기에 좋지 않으므로 - 상자형 스피커의 숙명인 배플 스텝 로스 때문에 - 1.5mH 코일을 5옴 저항으로 바이패스해서 유닛에 직렬로 연결해 보았더니 근사하게 밸런스가 잡혔다. 이 배플 스텝 코렉션 회로는 내가 디자인한 게 아니고 조던씨가 권장하는 그대로 따라 한 것이다. 아래 그래프가 중역을 주저앉히는 이 회로를 장착하고 측정한 주파수 특성과 임피던스 특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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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구러 한 1주일 남짓 듣고 있는데,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렇게 고해상도와 저왜곡, 광대역을 겸비한 풀레인지는 처음이다. 메탈 콘 채용의 하이테크 유닛이라서 좀 차갑고 크리티컬한 소리가 날 것으로 짐작했었는데 - 왠걸, 아주 밸런스 좋고 따뜻하며 화사한 음이 나온다. 사실 이 음 경향은 옛날의 그 사각형 오리지날도 마찬가지였다. 발전한 것은 향상된 자기회로와 서스펜션으로 인한 저왜곡, 고능률, 대진폭이다. 고능률... 이라는 것은, 싸이즈를 고려했을 때 비교적 고능률이란 얘기고 보통 사람들이 풀레인지를 논할 때의 능률 기준에는 형편없이 미치지 못한다. 이 스피커의 단점이라기보다 제한사항은 바로 능률인 셈이다. 다이내믹 레인지가 좁으므로 대음량은 물론이고 대편성 음악도 들을 수 없고, 헤비메탈 같은 것도 곤란하다. 시청위치에서 90dB에 근접하는 대음량 재생을 시도해 보았더니 소리가 시끄러워지고 딱딱하다 - 왜곡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베이스드럼 등의 연타에서 보터밍을 일으킨다. 밀폐형은 그렇지 않아도 능률이 낮은데다가 콘의 진폭이 저음반사형보다 한결 커지므로, 비록 조던 유닛이 대진폭형이긴 하지만 (9밀리미터) 90dB 이상은 무리인 모양이다. 역시 10센티미터 풀레인지로 강도높은 박력 재생은 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소편성의 제즈나 클래식을 일반적인 음량에서 울리면 아주 점잖고 품위있는, 아름다운 음을 얻을 수 있다. 구심적이고 생생하며 통일감 있는 풀레인지만의 장점들도 어김없이 챙기고 있다. 마치 "더 뭘 바라십니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오디오를 잊어버리고 음악에 탐닉하고 싶어지는, 그런 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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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조던의 개인 웹싸이트 : http://www.ejjordan.co.uk/index.html 
Esoteric Audio Devices (제작 및 공급업체) : http://www.esotericaudiodevices.com/


2008/04/23 00:52 2008/04/23 00:52

**** 이 디자인은 2회 업데이트되었다. 분산되어 올라왔던 포스트들을 하나로 합쳐 다시 올린 것이 이 포스트이다. 블로그형 싸이트에는 맞지 않는 편집이지만 지난 포스트들의 내용이 산만하고 정보전달이 잘 되지 않는 듯하여 하나로 합쳐 다시 편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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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티의 파르지팔 모니터를 쓰면서 최신 고성능 소형 유닛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하게 되었다. 물론 오디오테크놀로지4H 유닛은 가격으로나 스펙으로나 일반적인 소형 유닛의 범주를 벗어나는 드라이버이다. 하지만 드라이버 설계 및 제조 기술이 그간 상당히 발전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고, 이 발전이 비교적 저렴한 유닛들에도 반영되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런 이유로, 여러 해 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심플한 소형 2웨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었다.

1. 디자인 목표

이 프로젝트는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작은 공간에서 필요충분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목표로 한다. 객관적인 성능은 1) 50Hz - 20KHz 대역 내에서 +/- 3dB의 평탄한 주파수 특성 2) 8옴 노미널, 미니멈 5옴 이상의 다루기 쉬운 임피던스 특성 3) 85dB 내외의 능률 4) 넓은 수평/수직 방향 디스퍼젼 5) 매우 낮은 디스토션 6) 그리고 시청위치에서 90dB 이상의 다이내믹 레인지를 실현하는 것을 지향한다.

이상의 성능 지표는 별로 대단하게 보이지 않을런지 몰라도, 사실은 엄청 야심적인 것이다. 잡지에 흔히 올라오는 메이커 발표 스펙은 한 50% 할인해서 보아야 하는, 믿을 수 없는 것들이다... 예를 들자면, 보통 4-5인치 미드베이스를 쓴 미니모니터들 주파수 특성을 40Hz까지 내려가는 것으로 보고하곤 하는데 이것은 대부분 하프스페이스 즉 벽에 가까이 설치했을 때의 특성이다. 풀스페이스의 무향실 측정으로 말하자면 70Hz 밑으로 내려가는 소형 모니터는 거의 없다. 능률도 90dB 근처의 특성을 발표하곤 하지만 대부분 실지 능률은 80에서 83dB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내입력도, 3퍼센트 디스토션을 기준으로 했을 때 20와트를 넘어가는 소형 스피커는 대단히 드물다.

위와 같은 디자인 목표는 물론 수퍼 하이엔드 드라이버를 채용하면 비교적 쉽게 달성할 수 있다. 오디오 테크놀로지의 4H나 15H, 또는 스캔스픽15W 같은 미드베이스를 쓰고 고역에 스캔스픽의 7000 혹은 그 레벨의 트위터를 달면 가능하다. 그렇지만 그런 구성으로는 유닛 가격만 해도 150만원 가까이 든다. 이 프로젝트는 그런 막대한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비슷한 성능을 얻을 수 있느냐 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2. 유닛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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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인치 구경 미드베이스 중 가장 탁월한 성능을 보이는 것은 위에서 언급한 오디오 테크놀로지나 스캔스픽의 레벨레이터 우퍼들이다. 하지만 이미 그런 비싼 유닛을 쓰지 않는 것을 방침으로 하였기 때문에,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하이엔드급의 성능을 갖춘 드라이버를 찾아 보니 씨어즈L15RLY/P가 걸렸다. 이것은 5인치 구경의 (콘 구경은 4인치) 알미늄 다이어프레임 유닛으로, 개당 6만원 정도 하는 보급형 드라이버다. 이 가격대에 비슷비슷한 드라이버들이 많지만 굳이 이 유닛을 고른 이유는 1) 베이스 리플렉스에 쓰기 좋은 T/S 파라미터 2) 대진폭 3) 대단히 낮은 디스토션 4) 그리고 40Hz 중반까지 내려가는 낮은 공진주파수 등이다.

씨어즈의 유닛들은 비교적 싼 가격에 우수한 성능을 얻을 수 있는 잘 만든 드라이버들로, 다른 하이엔드 유닛 메이커들과 비교했을 때 한 가지 두드러지게 우수한 면이 있다: 씨어즈의 유닛들은 득성편차가 매우 적다. 비파나 피어리스의 유닛들은 어떤 때는 50% 이상 스펙에서 어긋나는 것들도 있다. 스캔스픽의 새로운 유닛들은 버전별로 특성이 자주 바뀐다. 특성편차가 극악한 하이엔드 유닛 메이커의 대표는 모렐이다. 특성편차는 대량생산하는 스피커 제조업체의 경우 많은 양의 유닛을 구입해 선별하므로 문제가 되지 않지만 딸랑 한 조만 만들게 되는 자작의 경우 심각한 문제가 된다.

이 유닛의 한 가지 문제점은 8KHz 부근의 강한 공진이다. 메탈 콘 유닛들은 항상 특정 주파수에서 공진을 일으키는데, 비록 공진점이 8KHz로 높아도 크로스오버상에서 이것을 -30dB 정도로 완전히 죽여 버리지 않으면 반드시 귀에 들리게 된다. 낫치 필터를 면밀하게 미조정하여 이 공진을 솜씨좋게 죽이는 것이 크로스오버 설계시의 관건이 되겠다.

트위터는 스캔스픽의 9500이다. 정평이 나 있는 음질과 10만원 내외의 비교적 싼 가격, 그리고 무엇보다도 매우 낮은 왜곡과 공진주파수가 선택의 이유이다. 왜 9700을 쓰지 않느냐... (7000 이상의 고가격 유닛은 안 쓰기로 했으니까 제외) 9700은 여러 가지 면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트위터이다. 자성유체를 쓰지 않기 때문에 임피던스의 피크가 복잡하고 큰데, 크로스오버에서 이것을 솜씨좋게 처리하지 않으면 괴상한 소리를 내기 십상이다. 모양은 9300이나 9500과 거의 똑같지만 내용이나 소리는 매우 다르다. 9500은 자성유체를 쓰고 있고 또 많은 자작 설계에 채용되어 소리가 어떤지,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가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다. 사실 같은 씨어즈의 트위터들 중에서 골라도 되겠지만 개인적으로 이 스캔스픽 트위터의 소리를 좋아한다.

3. 토폴로지 선택

스피커 설계시 토폴로지라는 것은 대개 두 가지로 나누어 말할 수 있다. 그 첫번째는 인클로저 유형이다. 혼이냐 밀폐냐 트랜스미션이냐 저음 반사형이냐... 등등의 선택이 그것이다. 씨어즈의 L15RLY/P는 저음반사형에 최적화된 설계이므로 고민할 필요 없이 베이스 리플렉스 인클로져를 쓰면 되겠다.

두번째 선택해야 할 토폴로지는 크로스오버 유형이다. 크로스오버 지점을 선택하는 것이 시스템 설계의 미묘한 부분인데, 유닛의 대역폭, 지향 특성과 디스토션이 이것을 결정한다. L15는 위에서 언급한 고역 공진이 관건이다. 공진점을 2.5로 나눈 지점에서 3차, 5차 고조파 왜곡이 피크를 치기 때문에 (이것은 강하게 공진하는 모든 유닛이 다 그렇다) 이 지점보다 크로스오버가 낮아야 한다. 8000 나누기 2.5 하면 3200, 즉 크로스오버의 상한점은 3KHz가 된다. 또한 두 유닛의 위치 관계상 약 63마이크로세컨드의 위상차가 발생하는데, 이만큼의 위상차가 주파수특성과 수직 지향특성에 해를 끼치지 않으려면 크로스오버 포인트는 최적 2Khz, 최소한 3KHz보다는 낮아야 하고 차단특성은 가팔라야 한다. 물론 배플을 경사지게 하거나 계단을 만들어 위상차를 줄이는 방법을 쓰면 완만한 차단 특성의 크로스오버도 쓸 수 있겠지만... 그런 방법은 통 만드는데 상당한 노가다를 요하므로, 목공기술이 빈약한 나로서는 곤란하다. 대음량 재생을 지향하는 경우 2KHz는 보급형 트위터로는 아슬아슬한 낮은 크로스오버 포인트이지만, 스캔스픽의 9500은 최저공진 주파수가 500Hz로 대단히 낮고 또 왜곡 특성이 워낙 뛰어나므로 무리가 없다. 크로스오버의 토폴로지는 2 - 2.5KHz 내외에서 4차로 자르는 것으로 한다.

4. 인클로저 설계

L15의 실측 T/S 파라미터를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에 넣고 돌린다. 내가 이 용도로 늘 쓰는 것은 리니어 팀WinISD Pro이다. 공짜인데다가 드라이버 데이터베이스가 충실하고 기능도 손색이 없으며, 무엇보다 대단히 정확한 예측을 제공한다. 표준 설정으로 시뮬레이션을 해 보면 8리터 통에 50Hz 튜닝이라고 나온다. 이것은 가장 흔하게 쓰는 QB3 (준버터워스 3차) 튜닝인데, 이 튜닝은 실제로 만들어보면 거의 언제나 소리가 별로다. 차단점까지 플랫하게 뻗는 튜닝은 방의 영향으로 저음이 붕붕거리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방 구조나 취향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내 경우 약간 마르고 깊이 뻗는, 타이트한 저음을 좋아하므로 좀 더 여유있는 튜닝을 하기로 한다. 처음에는 EBS (Extended Bass Shelf) 라는 튜닝을 채용했는데, 실측 결과 상자의 리키지 로스가 설계치와 맞지 않아 SBB4 튜닝으로 바꾸었다. SBB4는 4차 수퍼 붐박스의 약자로, 평균보다 큰 통과 낮은 포트 튜닝이 특징이다. 베이스리플렉스 얼라인먼트 중 가장 군지연특성이 좋은 것이 장점인데, 통 크기에 비해 저음의 양이 적으므로 상업성이 없어 메이커제 스피커에는 잘 채용되지 않는다. 이 튜닝으로 설계하면 11리터 통에 47Hz 튜닝으로 나온다. 낮은 튜닝은 유닛의 최대진폭이 작은 경우 위험하지만, L15는 5인치 구경으로서는 이례적일 만큼 대진폭(10밀리미터) 설계이므로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포트는 1.5인치 구경으로 4.9인치 길이가 되겠다. 포트 구경이 이보다 작으면 대음량시 컴프레션과 윈드노이즈가 심각하게 발생한다.

11리터 내용적의 상자를 직접 만들어도 되겠지만 마침 PartsExpress에서 딱 요 크기의 캐비닛을 팔고 있다. 내 손으로 만드는 것이 재미도 있고 또 내 마음내키는 대로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귀찮기도 하고 돈도 더 많이 들 것 같아서 그냥 사 쓰기로 했다. 직접 만들고자 한다면 14인치 높이, 8인치 폭, 10인치 깊이로 3/4인치 두께의 MDF나 자작 합판으로 만들면 된다. 이 비율은 바꾸면 안 된다. 이따가 말하겠지만 배플의 크기/형태에 따른 디프랙션이 변하고 따라서 크로스오버 설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배플의 주변부 역시, 반드시 0.5인치 반경으로 라운딩해야 한다. 인클로져 내부는 블랙홀 5를 한 겹 발랐다. 사실은 비싼 블랙홀 대신 일반적인 R19 유리솜이나 다른 흡음재를 써도 무방하고, 소리에 별 차이나는 것을 느낄 수 없다... 갖고 있던 것을 소비하는 차원에서 블랙홀을 사용한 것 뿐이다. 다만 흡음재의 양은 가급적 최소한으로 하고, 미드베이스 유닛과 포트 사이의 공기 유통을 흡음재가 방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인클로져 설계시 예상외로 민감한 부분이 배플 크기 및 형태와 유닛 배치이다. 이것을 잘 하지 않으면 크로스오버 설계할 때 애를 먹게 된다. 일단 두 유닛의 중심이 크로스오버 주파수의 파장 길이보다 가까워야 하는데, 2.5KHz로 보면 5.5인치 또는 14센티미터가 된다. 저음 유닛의 구경이 5인치로 작으므로 이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다음 중요한 것은 배플의 크기와 형태, 유닛 위치의 상관관계에 따른 디프랙션 효과이다. 디프랙션이라는 것은 스피커의 경우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이야기할 수 있는데, 그 첫 번째는 저음역 능률의 감소이다. 음파는 다른 모든 종류의 파장과 마찬가지로 파장 길이가 반사면보다 커지는 낮은 주파수에서는 360도 전방향으로 전파하게 되므로, 배플에 반사하여 180도로 전파하는 부분보다 능률이 저하된다. 이 스피커는 배플의 폭이 0.2미터이므로 600Hz 언저리를 중심으로 약 6dB의 하락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는 방의 영향으로 약 4dB 정도의 손실이 일어난다. 두 번째 디프랙션 효과는 배플의 주변부에서 일어나는 음파의 급격한 회절 현상이다. 배플 면을 따라 평탄하게 전개하던 음파가 배플의 가장자리에서 약 90도로 꺾어지면서 산란하게 되는데 이 산란하는 음파는 원 음파보다 위상이 뒤지게 되어 복잡한 간섭현상을 일으킨다. 이 에지 디프랙션 효과는 축상에서 그 영향이 현저하고 트위터의 정면을 조금 벗어나면 약해지므로, 스피커를 축상 기준으로 설계할 시에는 트위터를 배플 중앙에서 비껴 다는 것이 보통이다. (유닛에서 배플 가장자리까지의 거리가 불균일하게 만드는 것) 프로토타입은 트위터를 배플 중앙에서 1.25인치 비껴 달아 만들었는데, 음장감과 설치의 유연성이 기대한 것보다 좋지 않아서 두 번째 시작기에서는 중앙에 달았다. 트위터를 이렇게 배플 중앙에 달게 되면 에지 디프랙션 효과를 상쇄하기 위해 축을 약간 벗어나서 듣는 것이 원칙이다. 디프랙션을 가능한 한 억제하기 위해 배플 가장자리에 라운딩을 넣기도 하는데,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지만 약간의 효과는 있다. 시작기에서는 0.5인치 반경의 라운딩을 배플 가장자리에 넣었다. 아래 그림이 배플 도면이다 - 측정 유닛은 모두 인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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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유닛 측정과 크로스오버 설계

아래 그래프가 유닛을 인클로져에 부착한 상태에서 실측한 주파수 특성/위상 특성/임피던스 특성이다. 측정에는 늘 쓰는 Audiomatica의 Clio Standard System을 사용했다. 크로스오버 설계에는 실제로 측정한 이 세 가지 특성이 다 필요하다. 이 그래프들은 게이팅과 니어필드 측정을 병용한 가상무향실 특성이므로, 풀 스페이스 특성으로 간주하면 된다 - 즉 방의 영향을 대체로 배제한 특성이라는 말이다. 위에서 언급한 저역방향의 능률 하락이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프상의 500Hz 딥은 바닥 반사로, 실제 스피커에서 나는 소리와는 무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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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례의 프로토타이핑을 통틀어 도합 열 한 종류의 상이한 크로스오버를 시뮬레이션하고 (모두 축상 특성으로는 플랫함) 또 만들어서 들어 보았는데, 이 쪽으로 경험이 좀 있는 분이라면 동의하겠지만, 축상 특성이 플랫하다고 소리가 좋은 것이 아니고 또 주파수 특성이 비슷하다고 해서 비슷한 소리가 나지도 않는다. 최종적으로 가장 마음에 든 크로스오버가 아래 회로도에 나와 있는 것이다. R1011과 R1021은 실제 저항이 아니고 코일의 직류저항 값을 나타내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R2031도, 1.3옴이라고 되어 있는데 1옴을 쓰면 된다. 코일의 저항값을 0.3옴 정도로 보기 때문이다.

(1) 저역 크로스오버 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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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고역 크로스오버 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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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저역 크로스오버 트랜스퍼 펑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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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고역 크로스오버 트랜스퍼 펑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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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프랙션에 의한 저음 하락의 보정은 처음에는 3.5dB 정도로 잡았다가 나중에 4.5dB로 바꾸었다. 크로스오버의 차단 특성은 링크위츠-라일리 4차, 포인트는 2.2KHz이다.


6. 제작과 실측

크로스오버는 저역측과 고역측을 따로 만들어 바이와이어링이 가능하도록 제작했다. 코일은 모두 공심인데, 저역에 직렬로 들어가는 코일은 직류저항이 낮아야 하므로 좀 비싸지만 14게이지 짜리 굵은 놈으로 했다. 다른 코일들은 모두 18게이지 공심이다. 콘덴서류는 모두 솔렌의 패스트캡을 썼는데, 다른 이유는 없고 오차가 5%로 낮고 가격이 싸기 때문이다. 크로스오버 소자가 확정되고 나면 좀 더 나은 것으로 바꾸어 볼 수도 있겠지만, 내 경험으로는 콘덴서 브랜드에 따른 소리 차이는 미미하다. 저항들은 모두 2%급의 무유도형 10와트 권선저항이다. (크로스오버에 쓰는 저항은 무유도형 -- Non-Inductive -- 라야 한다. 이것은 낫치 필터를 구성하는 경우 특히 중요하다.) 내부 배선은 14게이지의 수프라케이블을 썼는데 아무거나 16게이지 이상의 고품질 와이어면 되겠다. 소자 선택시 L1021과 C1021의 값은 정밀해야 한다 - 이 두 소자가 바로 우퍼의 8KHz 피크를 잡는 낫치 필터인데, 조금만 값이 어긋나도 공진점에서 빗나가기 때문이다. 3% 내로만 맞추어 주면 된다.

아래 그래프들은 최종 버전의 실제 측정 결과이다:

(1) 저역 튜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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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크로스오버 써메이션

역상 접속시의 딥이 매우 깊고 좌우대칭이며, 또 정확히 크로스오버 포인트 - 2.2KHz - 에서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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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수평 지향특성 (적색: 좌우 30도 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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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수직 지향특성 (적색: 위로 15도, 녹색: 아래로 15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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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시스템 임피던스 (황색: 시스템 A, 적색: 시스템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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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좌우 편차 (황색: 시스템 A, 적색: 시스템 B)

이 그래프를 누구든 스피커 설계에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보이면 감탄하거나 아니면 거짓말이라 할 것이다. 0.5dB 이내로 타이트한 매칭을 보이고 있고, 그것도 1KHz와 20KHz 근방의 작은 편차를 제외하면 거의 좌우를 구별할 수 없을 만큼 똑 같다. 가정용 스피커 메이커 중 이 수준의 앰플리튜드 매칭을 실행하고 있는 회사는 ATC, Revel, Verity, Wilson, 그리고 YG Acoustics 정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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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파워 스펙트럼

20dB 디비젼의 보드플롯이다. 이 그래프는 무향실 특성이 아닌, 실제 방에서 연주할 때의 파워 리스폰스를 나타낸다. 저음이 35Hz까지 신장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2KHz 부근에서 약 2dB 가량 처져 있는데, 이것은 스피커 설계할 때 자주 의도적으로 꺼지게 만드는 부분으로 흔히 BBC Dip이라 부른다 - 실제음량보다 작은 소리로 모니터링을 하도록 설계된 BBC 모니터 스피커들에 채용되었던 때문이다. 사람 귀의 주파수 특성은 리니어하지 않고 소음량시 중음 대역에 선택적으로 민감하므로 (플레쳐-맨슨 커브라고 하는 것) 통상 가정에서는 생음보다 작은 음량으로 음악을 듣는 사실을 감안하여 이것을 보정하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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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B의 저역 차단 지점은 약 45Hz이고, 40 - 20KHz 대역 내에서 +/- 3dB의 플랫한 특성을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혹시 이 스피커를 아주 데드한 방에서 쓰려고 할 경우, 크로스오버를 손 댈 필요는 없고 단지 스피커를 조금 더 벽에 가까이 놓고 축상 정면에서 혹은 거의 정면에서 들으면 된다. 고음이 너무 강하다고 느낀다면 - 그럴 리는 없을 것 같지만 - 저항 R2011을 1옴에서 1.5옴이나 2옴 정도로 바꾸면 될 것이다. 반대로 소리가 너무 점잖다고 생각되면 R2011을 빼 버리면 된다.

임피던스 곡선은 6옴에서 더 밑으로 꺼지지 않고 또 위상이 +30도, -45도 정도로 완만해서 비교적 드라이브하기 쉬운 부하이다. 그래도 싱글 진공관 앰프로는 좀 울리기 어렵겠고 한 30와트 정도는 필요할 것이다. 이 스피커의 객관적 성능 중 가장 두드러지게 우수한 것은 지향특성으로, 상하 15도 까지 대체로 평탄한 특성을 유지하고 수평방향으로는 30도까지 평탄하다.


6. 시청

이 시스템의 청감상 특징은 아주 듣기 편안하고 부드러운 음색과, 약간 가볍지만 대단히 깊이 뻗는 저음, 그리고 소형 답지 않은 대음량 재생 능력이다. 아마도 취향에 따라서 어떤 분은 이 소리가 너무 유하다고 느낄 지도 모르겠다... (그런 경우 위에 적어놓은 대로 R2011을 빼 버리면 된다.) 무엇보다 뿌듯하게 생각하는 것은 5인치의 소구경 우퍼를 쓴 미니 모니터로서는 믿기지 않을 만큼 본격적인 저음을 낸다는 점. 그리고 이 밸런스가 상당한 대음량 (옆집 사람이 전화 올 정도) 으로 울렸을 때에도 무너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첫 시작기에서는 음장의 깊이와 높이가 다소 부족한 감이 있었는데, 유닛 배치를 가운데로 바꾼 두 번째 시작기는 썩 훌륭한 음장 재현 능력을 보여 만족스럽게 생각한다. 소스의 결점에 대해 좀 엄격하여 녹음이 시원치 않은 CD를 걸면 용서없이 그것을 부각시키는 것은 아무리 크로스오버를 만져 보아도 개선되지 않아서, 이 스피커의 성격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스피커 자작을 해 온 지 20년 이상 되었지만 이번처럼 소리가 마음에 쏙 드는 프로젝트는 처음이다. 기쁜 나머지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짓을 했다 - 이 스피커에 이름을 지어 붙인 것이 그것인데, David 라 부르기로 했다. 조그맣지만 거인을 상대하여 이길 수 있다는 뜻이다. 프로젝트의 수확이 있다면, 근래에 개발된 보급형 유닛들을 다시 보게 되었다는 것. 물론 예로부터 싸이즈를 초월한 성능을 자랑하는 유닛들은 있어 왔지만 언제나 무시무시한 가격을 달고 있었지 이 씨어즈 유닛처럼 10만원 이하 가격대에서 이런 수준의 성능을 내 주는 물건은 없었다. 1-2KHz 어름에서 디스토션이 조금 높아지긴 하지만 상당히 공격적인 음량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강인함은 그야말로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부분. 이 때문에, 지금 한창 인클로저 형태를 궁리하고 있는 조던 와츠의 신개발 풀레인지 - JX92S - 에도 크게 기대하고 있다. 아마도 이게 다음 프로젝트 업데이트가 될 모양이다.

저음 크로스오버에 쓰인 낫치필터 설계의 노하우는 Dennis Murphy 씨와 John Krutke 씨의 디자인을 참고하였다. 상업 용도가 아니라면 이 디자인은 Creative Commons License에 준하여 마음대로 복사, 배포, 응용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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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13 23:43 2008/04/13 23:43

여러가지 개인적인 이유로 현재 하숙방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전용 리스닝 룸 같은 것은 당연히 없다. 제일 넓은 공간인 거실도 4평 남짓 밖에 되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스피커는 평판이고 평판을 잘 울리는 앰프는 직렬 3극의 싱글이지만, 평판은 방이 작으면 쓸 수 없는 스피커 형태이므로 이런 콧구멍만한 공간에서는 안 된다. 평판 다음으로 좋아하는 대형 혼도 역시 무리다. 대형 스피커들은 사실 방을 스피커 시스템의 일부로 생각해야 하는데 리스닝 공간이 받쳐주지 않으면 대형 스피커 특유의 세계를 즐기기 보다 고문을 당하고 있는 형국이 되기가 십상이다. 이런 연고로, 지금 쓰고 있는 시스템은 그야말로 나의 이상형과는 정 반대의 모양을 하고 있다 -- 소형 2웨이 모니터와 TR 앰프로 구성된, 극히 보통의 오디오 시스템. 다소 처량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들으러 다닌 끝에 선정한 시스템이다. 직렬 삼극과 대형 스피커의 통쾌한 음을 이런 미니 시스템으로 흉내내기는 어렵겠지만, 비스무리한 냄새가 조금은 나야 할 터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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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서브시스템으로 쓰던 브라이스튼과 ATC의 조합을 다시 채용해도 좋을 것이었지만 굳이 그 시스템을 내다 팔고 다시 짜맞춘 것은, 역시 ATC의 저역 한계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다. ATC의 아랫도리는 중후하고 심지가 있는 좋은 소리이지만 레인지가 너무 좁다 -- 70Hz 정도가 고작이어서, 오페라나 낭만파 이후의 교향곡 등을 듣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ATC를 좋아한 이유는 그 다이내믹 레인지와 마치 대형 스피커를 듣는 것 같은 유유자적한 음 조성 때문이었는데, 소형 2웨이 중에서 그 쪽으로 ATC를 뛰어넘는 스피커가 있을까? 그런 스피커는 수가 아주 적은데,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부자들은 큰 집에 산다. 소형 스피커를 살 이유가 별로 없다. 서민들은 작은 집 때문에 작은 스피커를 쓰게 되는데, 돈이 많이 없으니 비싼 스피커를 살 수가 없다. 소형 2웨이로 100dB를 넘는 음량을 뻥뻥 내려면 당연히 호되게 비싸진다. 물건을 만들어 팔아서 돈을 버는 회사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시장 규모가 있어야 제품 기획을 할 것이므로, 이렇게 수요가 별로 없을 것 같은 "비싼 소형 스피커"는 나오기 어려운 것이다.

그 나오기 어려운 "괴물 소형 스피커"들이 그래도 몇 개 있긴 있는데, 그 중에서도 내가 선택한 스피커는 베리티 오디오의 파르지팔 모니터. 보통 오디오 살롱에 가면 파르지팔 풀 시스템을 전시해 놓고 있기 때문에 파르지팔에 모니터 버전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드물 것으로 생각한다 -- 하지만 원래 파르지팔은 모니터로 기획된 스피커이다. 베이스 부는 나중에 추가 설계해서 단 거고... 베리티 오디오의 고객들 가운데는 프로 녹음 기사들이 많고, 바로 그 때문에 파르지팔은 전용 운송케이스에 넣어 배달된다. 녹음현장에 상용 모니터를 들고 가야 하는 녹음 기사들 때문에, 아직도 파르지팔 만큼은 모니터 버전을 팔고 있다. 파르지팔 풀 시스템은 2000만원을 가볍게 넘는 대단한 가격. 모니터 버전도 만만찮게 비싸서 800만원을 넘어간다. 파르지팔 풀시스템은 워낙 비싼 과르네리 메멘토보다도 더 비싸다... 하지만 그 소리는 대단히 훌륭해서 돈 값을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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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과르네리 얘기가 나왔으니 소너스 파베르와 비교를 좀 해 보자면: 파르지팔 모니터는 과르네리 메멘토와 같은 족보의 유닛을 쓰고 있지만 (오디오 테크놀로지의 4H와 스캔스픽의 9700 레벨레이터를 달고 있다. 과르네리는 15H와 7000의 조합이다) 크로스오버가 완전히 다르고 따라서 소리도 확 다르다. 과르네리는 2차의 아주 완만한 필터를 쓰는데 반해 파르지팔은 4차를 쓴다. 크로스오버 포인트도 달라서 파르지팔은 5KHz의 아주 높은 주파수에서 트위터가 들어간다. 음악의 기음을 대부분 4H가 재생하게 되므로, 풀레인지에 수퍼트위터를 달았다고도 할 수 있는 특이한 구성이다. 과르네리가 고음을 담당하는 7000 링 래디에이터의 화려하고 상큼한 음색을 전면에 내세우는 반면 파르지팔은 4H의 날카롭고 예민한 중저역이 음의 표정을 지배한다. 과르네리는 인클로저가 여유있는 용적이고 다소 울리는 편이라 소리도 빠짐이 좋고 활달하다. 반면에 파르지팔 모니터는 엄격하고 냉정하며 어떻게 보면 지나치게 단정한 소리를 낸다. 양자의 공통점이라면, 음량을 올리면 올릴 수록 더욱 선명해지는 음장, 더욱 솟구치는 음의 기세. 이런 것들은 바로 대형 스피커의 특장점인데 소형으로 그것을 (어느 정도는) 달성한 것이다. 그래서 비싼 거고... 개인적으로 침착하면서도 잘 벼린 칼날같은 파르지팔의 개성을 과르네리 메멘토의 나긋하고 섹시한 개성보다 더 좋아한다. 뭐 ATC의 음을 좋아한 사람이 동시에 소너스 파베르를 좋아하기는 좀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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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지팔을 울리는 일렉트로닉스는 설명이 필요없는 쿼드의 99-909 시스템이다. 쿼드는 옛날 학창시절부터 좋아했었고, 405는 두 번이나 산 적이 있다. 405의 현대판이 909이므로 (회로도 거의 똑같음) 그 소리는 잘 알고 있다. 쿼드의 CDP는 66시절부터 소리 좋기로 정평이 있었고 99CD도 그 음을 똑바로 계승하고 있다.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최고 레벨의 중음역, 넉살좋고 약간 끈적한 저음, 살짝 까슬하고 처지면서도 감촉이 좋은 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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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말하자면, 쿼드의 개성과 파르지팔의 개성은 서로 잘 맞지 않는다. 파르지팔은 얼른 듣기에 아주 순하고 고운 음을 내는 것 같지만 그 속에 강철같은 깡다구를 숨기고 있는 스피커다. 선진적이고 타협을 싫어하는 파르지팔이 중용과 절제를 가훈으로 삼는 쿼드를 만나서 소리가 좀 어색하다. 파르지팔을 맥코믹의 세퍼릿으로 울렸을 때의 소리가 가장 마음에 들었었고 크렐의 신형 파워도 그런 대로 좋았다고 기억한다. 하지만... 그놈들은 모두 몬스터급의 대형 앰프들이다. 작은 방에 작은 스피커로 짜는 시스템에 크렐의 레퍼런스를 들여다 놓기는 싫다. 쿼드는 딱 안성맞춤의 크기로, 베리티와 마찬가지로 디자인 센스가 좋아 내 방에 놓으니 그림이 그럴싸하다. 오디오를 오로지 소리로만 선택하는 분들도 많고 그런 선택의 기준이 아마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스테이지의 모양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라, 그림이 좋다면 앰프와 스피커의 개성이 충돌하는 어색함을 다소는 참을 수 있다. 물론 어색하다고 해도 그것은 아아아주 미세한 것으로, "최고의 매칭은 아니다" 정도의 레벨에서 하는 얘기다.

디자인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쿼드를 담고 있는 저 수납장은 오디오용이 아닌 평범한 사이드테이블이다. 아이키아에 갔더니 세일을 하고 있길래 사 버렸다. 전용이라고 생각될 만큼 쿼드와 싸이즈가 딱 맞다. 이래저래 안성맞춤인 소형 시스템, 합계 1000만원을 넘어가는 가격이니 크기와 무게에 비해 지나치게 비싸긴 하지만 마음에 흡족하다. 저역도 50Hz 까지는 문제없이 죽 내려가고, 벽에 1미터 내외로 갖다 붙이면 40Hz까지도 내려간다. 한 가지 불만이 있다면 플래토 제의 날라리 스피커 스탠드. 디자인으로나 가격으로나 도무지 격에 맞지를 않는다. 빨리 내보내고 제대로 된 놈을 받쳐주고 싶다...

2007/12/23 22:08 2007/12/23 22:08

링크 정리하다가 이제야 접하게 된 슬픈 소식 하나:

알텍 랜싱이 마침내, 공식적으로, 망했다.

물론 80년대에 EV에 넘어가면서 사실상 망한 거고, 97년에 중국에 팔려 갈 때 관에 못질하는 소리가 났었지만... 알텍 상표권을 쥐고 있는 중국의 Altec Lancing Technologies - 저 컴퓨터 스피커 만드는 회사 - 가 지난 9월 마침내 알텍 랜싱 프로 디비젼의 폐쇄를 발표했다고 한다.

JBL도 자동차 부품가게 (보쉬)에 팔려가고... 이제 불우했던 천재 제임스 랜싱의 유적은 싸구려 컴터 스피커 상표에서나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인가? 오디오의 첫 걸음을 랜싱과 함께 시작한 나에겐 적지아니 쓸쓸한 소식이다...

R.I.P. : 라틴어 Reqiuescat in Pace 의 약자, "평화 중에 쉬기를 (빕니다)."

2007/11/27 18:03 2007/11/2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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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센과 LE85 드라이버의 2웨이 평판으로 재미를 보았으므로 수프라복스를 베이스로 쓴 혼 2웨이를 시도해 보려고 했다. 아래의 사진이 그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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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결과는, 긴 얘기를 짧게 줄이자면, 별로였다. 수프라복스가 아무리 강력하다 해도 젠센에 비하면 진동판 면적이 반도 되지 않는다. 혼 드라이버의 고역에 비하면 에너지가 모자라는 것이 역력히 드러나서 음이 만들어지지를 않았다. 물론 음압은 고역 드라이버를 깎아서 맞출 수 있지만... 유닛 자체의 음량이 15dB 이상 차이가 나게 되면 데시벨의 차이 뿐 아니라 음의 에너지의 차이가 귀에 들린다. 아무리 고역을 깎아도 이 차이는 사라지지 않아, 결국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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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프라복스는 마침내 가장 심플하고 깔끔한 소형 평판으로 되돌아갔다. 크기가 작으니 저역은 뻗지 않지만, 희한하게도 전체적인 음의 모양은 원래 쓰던 대형 평판보다 이 싸이즈가 가장 좋았다. 평판의 재질도 자작 합판에서 애스펜 (미국산 포플라의 일종) 집성목으로 변경. 24인치 폭에 39인치 높이, 정확하게 황금비다. 바닥에서 약 1.5인치 정도 떨어뜨려 놓으니 저역의 양과 질감이 중고역과 잘 맞아떨어진다.

이 평판으로는 대음량 재생은 물론이고 대편성 음악도 들을 수가 없다... 하지만 그런 것을 들으려면 아예 다른 시스템을 써야 할 것이다. 금욕적이고 제한된, 그러나 독자적인 미의식을 주장하는 이 소리가 바로 풀레인지 다운 음이라고, 어떻게 보면 체념과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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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렇다고, 좋아하는 풀레인지 장난을 그만 두겠다는 건 절대 아니다. 여전히 장난은 계속되고 있다. 일단 나의 첫사랑, JBL의 LE8T를 다시 꺼내어 최근 구입한 포스텍스의 F200A와 비교해 보는 장난도 그 동안 치고 있었다. 사실 F200A는 포스텍스가 일본인들에게 예로부터 인기있었던 LE8T를 능가해 보겠다는 야심으로 개발한 드라이버. 아래가 사진인데, 둘 다 T/S 파라미터는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같은 통에 달아 비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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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결론만 얘기하자면, JBL의 승리. 포스텍스가 음의 확산이나 해상도, 대역의 넓이, 내입력 등 제반 스펙에서 한 수 위인데도, JBL의 음을 따라잡지 못한다. 천재의 작품과 그것을 흉내낸 모방의 차이랄까, JBL이 들려주는 그 독특한 음악세계 -- 비록 세련되거나 고상한 세계가 아닐 망정 -- 는 포스텍스에는 없다. F200A도 열심히 잘 만든 풀레인지임에는 틀림없지만, 적어도 내 귀에는 모자랐다. 포스텍스는 구입한 지 보름도 되지 않았고 또 흠집이 나지 않도록 조심해서 썼기 때문에 반품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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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JBL도 금방 다시 창고로 돌아갔는데, 새로 사귄 오디오 친구가 클랑필름 kl.L307을 빌려 주었기 때문이다. 클랑은 내게 있어 스피커의 성역이라 할 수 있다. 비록 307이 스테이지에 메인으로 놓이는 시스템이 아니라 영사실 모니터나 휴대용 영사기 스피커로 개발된 것이라 해도, 왕가의 혈통은 틀림없이 이져 있다. 떨리는 가슴을 안고 시청해 보니, 과연, 소구경 풀레인지로서는 궁극의 소리다. 차분하고 구심적이면서도 날카로운 맛이 있다. 선이 굵고 명석한 클랑의 성격은 이 작은 307에도 이어져 있어서, 비록 스케일은 작지만 당당한 소리를 울린다. 저음은 튜닝을 아무리 만져 봐도 그다지 뻗지 않고 고음 쪽으로도 한 8KHz가 고작이지만, 밸런스가 좋고 또 대역내에 이상한 버릇이 전혀 없다. 품위를 잃지 않으면서도 낭랑하게 노래하는 것이 너무 마음에 든다. 이제껏 들은 어떤 풀레인지도, 이 레벨에 도달한 것은 없었다. 웨스턴의 755도 이보다는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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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으로, 소구경 풀레인지의 마지막 역에 도착한 것 같다. 로더로부터 출발한 이 여정은 참으로 길었는데, 풀레인지의 그 구심적인 세계에 이끌리면서도 종내 나의 오디오 고향인 대형 혼의 세계를 잊지 못하고 양자를 조합해 보려고 고투한 여정이었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스케일과 중량감을 풀레인지에서 구하면 구할 수록 풀레인지 고유의 매력을 상실하게 된다는 것을 깨달은 건 불과 2년 전. 이제 클랑필름 307을 듣고 그 깨달음에 체험으로 날인을 한 셈이다. 원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하기 때문에 밀월은 한 달도 채 가지 않았지만 그 간 참으로 즐거웠고, 또 고마운 가르침을 얻었다.

그럼 이제 풀레인지는 안녕이라는 얘기? 오 노. 아직 안 가본 데가 있기 때문에 여행은 계속 된다. 다만 앞으로는 궁극의 메인으로 쓰려고 풀레인지를 찾아 방황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안 가 본 데라는 것은, 4-5인치 구경의 극소형 풀레인지를 말하는 것이다 -- 이 싸이즈에 유난한 음의 세계가 있다는 것은 예로부터 자주 이야기되어 왔는데, 그 원조로는 조던 와츠를 꼽을 수 있겠고 대중적인 예로는 보스를 들 수 있겠다. 어쩐 일인지 10년 이상 풀레인지를 사랑하고 들고 파면서도 그 쪽으로는 고개를 돌려 보지 않았는데, 야심이 소박해지고 다소 누긋해진 마당에 앞으로는 그 가보지 않았던 동네를 들러 보려 한다...

2006/05/07 00:02 2006/05/07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