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5'에 해당되는 글 1건

  1. 풀레인지 여행의 종착역, 클랑필름 307 (23) 2006/05/07

젠센과 LE85 드라이버의 2웨이 평판으로 재미를 보았으므로 수프라복스를 베이스로 쓴 혼 2웨이를 시도해 보려고 했다. 아래의 사진이 그 결과물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음... 결과는, 긴 얘기를 짧게 줄이자면, 별로였다. 수프라복스가 아무리 강력하다 해도 젠센에 비하면 진동판 면적이 반도 되지 않는다. 혼 드라이버의 고역에 비하면 에너지가 모자라는 것이 역력히 드러나서 음이 만들어지지를 않았다. 물론 음압은 고역 드라이버를 깎아서 맞출 수 있지만... 유닛 자체의 음량이 15dB 이상 차이가 나게 되면 데시벨의 차이 뿐 아니라 음의 에너지의 차이가 귀에 들린다. 아무리 고역을 깎아도 이 차이는 사라지지 않아, 결국 포기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수프라복스는 마침내 가장 심플하고 깔끔한 소형 평판으로 되돌아갔다. 크기가 작으니 저역은 뻗지 않지만, 희한하게도 전체적인 음의 모양은 원래 쓰던 대형 평판보다 이 싸이즈가 가장 좋았다. 평판의 재질도 자작 합판에서 애스펜 (미국산 포플라의 일종) 집성목으로 변경. 24인치 폭에 39인치 높이, 정확하게 황금비다. 바닥에서 약 1.5인치 정도 떨어뜨려 놓으니 저역의 양과 질감이 중고역과 잘 맞아떨어진다.

이 평판으로는 대음량 재생은 물론이고 대편성 음악도 들을 수가 없다... 하지만 그런 것을 들으려면 아예 다른 시스템을 써야 할 것이다. 금욕적이고 제한된, 그러나 독자적인 미의식을 주장하는 이 소리가 바로 풀레인지 다운 음이라고, 어떻게 보면 체념과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다...

-----------------------------------------------------------------

뭐 그렇다고, 좋아하는 풀레인지 장난을 그만 두겠다는 건 절대 아니다. 여전히 장난은 계속되고 있다. 일단 나의 첫사랑, JBL의 LE8T를 다시 꺼내어 최근 구입한 포스텍스의 F200A와 비교해 보는 장난도 그 동안 치고 있었다. 사실 F200A는 포스텍스가 일본인들에게 예로부터 인기있었던 LE8T를 능가해 보겠다는 야심으로 개발한 드라이버. 아래가 사진인데, 둘 다 T/S 파라미터는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같은 통에 달아 비교할 수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것도 결론만 얘기하자면, JBL의 승리. 포스텍스가 음의 확산이나 해상도, 대역의 넓이, 내입력 등 제반 스펙에서 한 수 위인데도, JBL의 음을 따라잡지 못한다. 천재의 작품과 그것을 흉내낸 모방의 차이랄까, JBL이 들려주는 그 독특한 음악세계 -- 비록 세련되거나 고상한 세계가 아닐 망정 -- 는 포스텍스에는 없다. F200A도 열심히 잘 만든 풀레인지임에는 틀림없지만, 적어도 내 귀에는 모자랐다. 포스텍스는 구입한 지 보름도 되지 않았고 또 흠집이 나지 않도록 조심해서 썼기 때문에 반품해 버렸다.

-----------------------------------------------------------------

사실은 JBL도 금방 다시 창고로 돌아갔는데, 새로 사귄 오디오 친구가 클랑필름 kl.L307을 빌려 주었기 때문이다. 클랑은 내게 있어 스피커의 성역이라 할 수 있다. 비록 307이 스테이지에 메인으로 놓이는 시스템이 아니라 영사실 모니터나 휴대용 영사기 스피커로 개발된 것이라 해도, 왕가의 혈통은 틀림없이 이져 있다. 떨리는 가슴을 안고 시청해 보니, 과연, 소구경 풀레인지로서는 궁극의 소리다. 차분하고 구심적이면서도 날카로운 맛이 있다. 선이 굵고 명석한 클랑의 성격은 이 작은 307에도 이어져 있어서, 비록 스케일은 작지만 당당한 소리를 울린다. 저음은 튜닝을 아무리 만져 봐도 그다지 뻗지 않고 고음 쪽으로도 한 8KHz가 고작이지만, 밸런스가 좋고 또 대역내에 이상한 버릇이 전혀 없다. 품위를 잃지 않으면서도 낭랑하게 노래하는 것이 너무 마음에 든다. 이제껏 들은 어떤 풀레인지도, 이 레벨에 도달한 것은 없었다. 웨스턴의 755도 이보다는 떨어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것으로, 소구경 풀레인지의 마지막 역에 도착한 것 같다. 로더로부터 출발한 이 여정은 참으로 길었는데, 풀레인지의 그 구심적인 세계에 이끌리면서도 종내 나의 오디오 고향인 대형 혼의 세계를 잊지 못하고 양자를 조합해 보려고 고투한 여정이었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스케일과 중량감을 풀레인지에서 구하면 구할 수록 풀레인지 고유의 매력을 상실하게 된다는 것을 깨달은 건 불과 2년 전. 이제 클랑필름 307을 듣고 그 깨달음에 체험으로 날인을 한 셈이다. 원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하기 때문에 밀월은 한 달도 채 가지 않았지만 그 간 참으로 즐거웠고, 또 고마운 가르침을 얻었다.

그럼 이제 풀레인지는 안녕이라는 얘기? 오 노. 아직 안 가본 데가 있기 때문에 여행은 계속 된다. 다만 앞으로는 궁극의 메인으로 쓰려고 풀레인지를 찾아 방황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안 가 본 데라는 것은, 4-5인치 구경의 극소형 풀레인지를 말하는 것이다 -- 이 싸이즈에 유난한 음의 세계가 있다는 것은 예로부터 자주 이야기되어 왔는데, 그 원조로는 조던 와츠를 꼽을 수 있겠고 대중적인 예로는 보스를 들 수 있겠다. 어쩐 일인지 10년 이상 풀레인지를 사랑하고 들고 파면서도 그 쪽으로는 고개를 돌려 보지 않았는데, 야심이 소박해지고 다소 누긋해진 마당에 앞으로는 그 가보지 않았던 동네를 들러 보려 한다...

2006/05/07 00:02 2006/05/07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