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헨리 뉴먼, [동의의 문법에 관하여] 1955:

... 연역적 논증은 설득하는 힘을 지니지 못한다. 보통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이성이 아니라 직접적인 인상, 사실과 시간들에 대한 증언, 역사, 서술 등의 방법으로 구현되는 상상력이다. 사람들이 우리에게 영향을 끼치고, 목소리는 녹이며, 형태는 어루만지고, 행동은 가슴에 불을 붙인다. 많은 사람이 도그마를 위해 목숨을 던질 것이지만, 아무도 논증의 결론을 위해 순교자가 되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결론은 그저 의견일 따름이다.
C. S. 루이스, [언어에 대한 연구] 1967:
... 그 최고 형태에 있어 광기에 근접하는 그것, 생산하고 창조하는 힘, 비판적 판단력과는 확연히 다른 것; 상상력... 이것이 위대한 작가와 신통찮은 작가를 판가름하는 잣대이다...
2007/11/29 18:00 2007/11/29 18:00

링크 정리하다가 이제야 접하게 된 슬픈 소식 하나:

알텍 랜싱이 마침내, 공식적으로, 망했다.

물론 80년대에 EV에 넘어가면서 사실상 망한 거고, 97년에 중국에 팔려 갈 때 관에 못질하는 소리가 났었지만... 알텍 상표권을 쥐고 있는 중국의 Altec Lancing Technologies - 저 컴퓨터 스피커 만드는 회사 - 가 지난 9월 마침내 알텍 랜싱 프로 디비젼의 폐쇄를 발표했다고 한다.

JBL도 자동차 부품가게 (보쉬)에 팔려가고... 이제 불우했던 천재 제임스 랜싱의 유적은 싸구려 컴터 스피커 상표에서나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인가? 오디오의 첫 걸음을 랜싱과 함께 시작한 나에겐 적지아니 쓸쓸한 소식이다...

R.I.P. : 라틴어 Reqiuescat in Pace 의 약자, "평화 중에 쉬기를 (빕니다)."

2007/11/27 18:03 2007/11/2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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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색이 그래도 SF/판타지 팬페이지인데 그 쪽 관련 포스트가 하나도 없으면 곤란할 것 같아서 우선 근황보고부터 하려고 한다. 이제 미국땅에서 신간 사냥하기, 헌 책방 순례 등의 재미를 누릴 날도 많이 남지 않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읽는 속도를 몇 배 능가하는 속도로 책을 사고 있다. 슬픈 사실은 그렇게 사 재 놓은 책 중에 재미있는 것이 몇 안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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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슴을 친 한 권이 있다면 Mark J. Ferrari의 The Book of Joby. 또 한권의 욥기 코멘터리인가 하고 읽어보니, 이거 정말 근사한 책이다. 성서와 신학 쪽으로 약간의 배경 지식이 필요하긴 하지만 대단히 종교적인 주제를, 더우기 교양소설이라는 틀 안에서 종교적인 편향성 없이 그려낸 작가의 재주는 놀랍다. 이 소재를 다룬 소설은 이미 국내에도 잘 알려진 테드 치앙의 Hell is the Absence of God이 있지만, 페라리씨의 소설은 대형 장편이고 또 오갈 데 없는 정통(그러니까 구식) 어번 판타지라는 점에서 다르다. ISBN: 978-0-7653-16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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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치기 2등, John Connoly의 The Book of Lost Things. 이것도 교양소설이다... 어머니를 잃은 소년이 새어머니와 의붓 동생을 용납 못하고 동화 속 세계로 빠져든다 - 고전 동화들이 현실이 되어 있는 이 세계에서 주인공 David가 어린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한다는 이야기. 플롯만 놓고 보면 재미있을 것 같지가 않은데 이 책은 재미가 문제가 아니고 감동을 주는 책이다. 며칠씩 뇌리를 점령하고 떠나지 않는 진한 여운이 있다. Connoly씨는 원래 심령 미스터리/호러 계열인데, 이 책은 그의 작품 중 유일하게 장르가 다르다. 아, 이것 청소년/아동용이 절. 대. 아니다 - 성인용, 그것도 19금이다. ISBN: 978-0-7432-9885-8.

여기부터는 뭐 그럭저럭 재미있네 했던 책들:

Scott Lynch의 Red Seas under Red Skies, 대단한 인기를 끌었던 The Lies of Lock Lamora의 씨퀄이다. 주인공인 록 라모라는 전형적인 "착한 트릭스터" 인데, 아주 오래되고 어떻게 보면 이미 닳아빠졌다고도 할 수 있는 구성을 꽤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추리 드릴러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어서 읽기 쉽고 술술 잘 넘어간다. ISBN: 978-0-553-80468-3.

Kage Baker의 11권에 달하는 Company 씨리즈가 드디어 막을 내렸다. 마지막 권이라고 생각되는 The Sons of Heaven이 나왔는데, 서두르는 감 없이 그 동안 온 사방에 흩뿌려 놓았던 플롯들을 잘 거둬모아 마무리한다. 흥미로운 소재, 약간 가벼운 톤이긴 하지만 어설프거나 경박하지 않은 것이 마음에 든다. 인문계열 SF를 원하는 독자에게 권할 만 하다. 이 씨리즈는 그야말로 번역될 것 같지 않은데... 단편집 형식으로 나온 두 권은 혹시 가능성이 있으려나. ISBN: 978-0-7653-1746-9.

Patrick Rothfuss, The Name of the Wind. 이것도 전형적인 교양소설이고 아주 고지식한 구식 판타지다. 마법사를 주인공으로 삼고 마법이 주된 스토리 동인으로 작용하는 "마법학원" 판타지는 아주, 아주 많이 있는데... 로맨스/어드벤쳐로서의 재미를 놓치지 않기가 쉽지 않은 모양으로, 음 이거 좋네 하고 느끼는 것은 몇 안 된다. 흠 그러고 보니 해리 포터가 바로 이 계열에 속하는구만. 660페이지짜리 장편인데 제대로 끝이 나지 않는다. 다음 편에 계속, 하고 끝난다... 요즘 이런 판타지가 많다. 장편 에픽을 좋아하긴 하지만 어쩐지 이것도 상술인 것 같아 짜증난다.

Abram Davidson의 Adventures in Unhistory. 이것은 소설이 아니고 에세이집인데, 판타지에 자주 등장하는 신화적 원형들을 판타지작가의 눈으로 유머러스하게 분석하고 있다. 아브람 데이빗슨은 그 박학다식으로 이름난 사람인데 과연 학이 박하다고 절절히 느끼면서 읽게 된다. 술집에서 한 잔 걸치고 대화하는 듯한 문체로 씌어져 있지만 자세히 보면 매우 아름다운, 공력이 깃든 문장이란 것을 알 수 있다. 딴 사람도 아닌 피터 비글이 서문을 썼다 -- 명문장끼리들 노시는군. ISBN: 978-0-765-30760-6.

말하기가 무섭게 나온다 - Peter S. Beagle, The Line Between. The Last Unicorn과 Innkeeper's Song, 아니 무엇보다도 단편 Professor Gottesman and the Indian Rhinoceros를 읽고 감명 먹은 후 그의 책이라면 일단 사고 본다. 이 단편집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상당히 좋다. 그 중의 한 편인 El Regalo는 한국계 미국인 남매가 주인공이다... 하지만 역시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2005년에 나와서 이미 널리 알려진 Two Hearts. ISBN: 978-1-892391-36-0.

... 실망했던 책은 많지만 그 중 가장 실망이 컸던 것은 스티븐 에릭슨의 A Tale of the Malazan Book of the Fallen -- 아 씨리즈 이름 한 번 기네. 이것도 그 간 두 권이나 신간이 나왔는데, 어쩐지 씨리즈 초반의 막강한 재미를 흐지부지 잃어버린 것 같다. 마지막 권인 The Bonehunters 는 벌써 두 달 째 끝내지 못하고 있다.

근래 읽었던 책들 목록을 적고 보니, SF가 한 권 뿐이고 또 거개가 교양소설이다. 교양소설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어째서 이런 패턴이...?

2007/11/26 10:35 2007/11/26 10:35